[특별기획] ‘워라벨 100세’의 ‘허들’ 이혼(離婚)… 결심 전에 꼭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조진래 기자 2023-04-20 17:56:14
인생 황혼기의 이혼(離婚)은 여러 모로 큰 아픔이다. 가능하면 피해야 할 일이지만, 불가피하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선택으로 받아들여 이혼 후의 준비를 하는 것이 차선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정적으로 이혼을 맞는 바람에 챙길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아름답지 못한 결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안들을 정리해 본다.


◇ 사랑 한다면 가능하면 혼인신고부터
우리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혼 배우자’보다 권리와 의무가 많이 제한된다. 법적인 친족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상대방에게 상속권은 물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혼인 외 출생자’로 분류되어 아버지 대신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 상속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단순한 동거는 더 불이익이 크다. 사실혼 관계의 부부라도 그 관계가 사망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의 귀책사유로 끝난 경우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데 단순 동거는 이마저도 안된다. 동거 부양 협조 및 정조의 의무 때문이다. 사실혼으로 인정받으려면 당사자 사이의 혼인신고를 뺀 나머지 요건, 예를 들어 결혼식이나 상견례 등 상대 가족과의 교류가 있었는지, 경제공동체를 이뤄 살아왔는지, 상대방을 무어라 부르고, 주변에 각자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등의 법률적 판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새 출발의 최대 걸림돌 ‘바람기’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재혼을 원하는 전국의 돌싱(돌아온 싱글)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남성의 경우 ‘바람기(33.2%)’, 여성은 ‘폭언(30.5%)’을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이어 냉정함과 폭언, 이기적인 면 등의 순이었고 여성은 이기적인 면, 사치, 그리고 바람기 등의 순이었다.

본인의 과거 행적 중 재혼 전선에 가장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남성의 41.3%가 ‘이혼으로 반 토막 난 재산’을 꼽았다. 이어 ‘재테크 실패(24.3%)’, ‘교양 없는 언행(18.2%)’, ‘자기 관리 소홀(11.2%)’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은 32.8%가 ‘교양 없는 언행’이 가장 많았고, ‘자기 관리 소홀(26.6%)이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바람기 때문에 가정 생활이 파탄날 수 있음을 걱정하면서, 그 결과로 나타난 재산 감소를 크게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이 일어나는 이유, 그리고 이혼이 가져올 폐해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설문조사였다. 그렇기에 이혼에 즈음해 더더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 이혼 사유부터 만들지 말아야

실제로 우리는 민법에서 정하는 이혼사유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부정행위’이다.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로, 간통의 확증이 없더라도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판례가 적지 않다. 배우자가 악의를 갖고 동거와 부양 협조의 의무를 버려도 이혼사유가 된다. 배우자와 그의 부모 나 조부모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폭행이나 폭언, 학대, 모욕 등이 대표적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배우자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아도 이혼 청구사유가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시누이의 폭언이나 학대 등은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배우자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해도 이혼청구 사유가 된다. 생사 불명의 원인은 중요치 않으며, 나중에 배우자의 생존이 밝혀지더라도 이미 종료된 혼인관계는 회복되지 못한다. 이혼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라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있다. 혼인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으로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다. 부부 쌍방의 책임이 같거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때, 별거기간이 매우 길어 사실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가능하다.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일부에선 간통으로 인한 죄가 모두 사면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혼소송이나 상간소송 둥에서의 ‘민사적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 제2 인생을 위해 위자료라도 톡톡히 챙기려면…
이혼 위자료는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 배우자는 물론 시부모나 장인·장모에게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쌍방이 합의해 이혼하는 경우에도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이혼의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위자료를 청구해야 한다. 법원에서는 책임의 정도와 파탄 원인, 배우자 연령과 재산 상태 등을 종합고려해 결정하는데 1000만~3000만 원 수준이 대부분이다.

부부가 혼인기간 동안 공동으로 이룬 재산이 재산분할 대상이다.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느냐 보다는 실제 누가 더 노력해 이룬 재산인지, 이를 늘리거나 주는 것을 막는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등이 고려된다. 증여나 상속 재산은 ‘특유재산’이라 원칙적으로는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해당 재산의  가치를 높였거나 반대로 주는 것을 막았다는 객관적인 증명이 가능하면 공동재산으로 분류되어 나눌 수도 있다.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만큼 서로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기여도인데,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대체로 반반 씩으로 책정된다. 

피해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해당하는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상간소송의 위자료는 원고 부부의 혼인 기간, 자녀 여무에 따라 달라진다. 성 관계 횟수나 그 외 다른 부정행위 횟수도 액수를 높일 수 있는 요건이니 잘 따져 보아야 한다. 피고가 부정행위 발각 후에도 이를 인정 않을 경우 위자료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혼할 때 재산을 분할해 주겠다는 미국식 혼전계약서는 아쉽지만 한국에선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민법 제829조에 따라 결혼 전 각자 관리하던 재산에 대해 결혼 중에도 각자 관리하기로 ‘부부재산약정’을 했다면 혼인 신고 전 등기로 유효해 진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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