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대기업 임원이 사업하면 망하는 두 가지 이유는?

이의현 기자 2023-07-21 09:22:52


40대에 대기업 임원을 하다가 뜻한 바 있어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미래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직장 신공’,‘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전해 온 김용전 작가의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김 작가는 한 대기업 임원 출신 사업가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45세에 대기업 이사를 역임했던 사람이 호기 있게 창업에 도전했다. 5년 동안 회사를 운영했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결국 문을 닫았다. 이민을 준비하다 생계비라도 벌 요량으로 신생 중소기업에 취업했는데 그곳에서 이른바 ‘오너 본능’이 발동해 성과를 냈다. 그는 다시 사업을 재개해 볼 까 고민중이다.

김 작가는 이 대기업 출신 퇴직자에게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오너 본능’과 ‘참모 본능’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재였다고 해도 그 때는 ‘조직’에 기대어 일하는 ‘참모 본능’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본인만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의 힘에 덕을 본 것이 적지 않았을텐데 그것을 ‘오너 본능’이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드물게 두 가지 본능을 겸비해 자기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회사’라는 배경이 사라진 현실을 잊고 자기 능력만 믿고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다. 김 작가는 “타고난 오너 밑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일을 성공시키는 것과 자신이 직접 오너가 되어 일을 성공시키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비근한 예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카스트로라는 ‘오너’를 보좌해 19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그는 자신의 혁명 성과를 과신하고 볼리비아로 혁명 전파를 위해 떠났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에게는 오너 본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오너 본능의 핵심이, 남들한테 욕먹어 가면서도 ‘내 것을 챙기는 처절한 소유욕’이라고 지적한다. 유능한 참모 본능을 타고난 것은 축복받은 일이지만, 참모 본능을 오너 본능으로 착각해 판단 착오를 일으켜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두 번째로 ‘초심의 효용성’을 강조한다. 김 작가는 이를 시험에 비유했다. 객관식 시험을 치를 때 답이 애매하면 처음 고른 답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아리송한 답을 고쳤다가 ‘아 그냥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이든 초심이 가장 순수하고 집중적”이라고 강조한다. 나중에 그게 아니라는 확신이 선 다면 고쳐도 되겠지만 그저 ‘이것일까 저것일까’ 혼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다시 답을 고치면 그나마 초심의 효과는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다시 사업을 꿈꾼다면 나에게 오너 본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판단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남들에게 욕을 먹어 가면서도 내 것만을 챙길 ‘치사 찬란한 소유욕’이 없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어떤 결론을 내렸다면, 주변의 살랑거림에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고 독려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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