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간 갈등을 빚는 많은 이유 가운데 ‘돈 문제’가 있다. 성격 차이 다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30대와 50대에는 돈 문제가 부부 싸움 원인의 1위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돈 문제로 다투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가 ‘부부가 돈 때문에 싸우지 않아도 되는’ 팁을 소개한다.
◇ 부부 갈등의 심각한 원인 ‘돈’ 캐나다 칼튼 대학교 심리학과 요한나 피츠 박사가 어떤 돈 문제로 부부는 싸우는 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하루 7000만 명이 드나드는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서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카테고리에서, ‘돈’과 관련된 주제의 1년치 글 1000개 정도를 다운로드 받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부부 간 돈 갈등의 최대 이슈는 ‘배우자의 무책임한 지출’이었다. 과도한 소비, 저축이나 미래 계획 부족, 돈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 돈과 관련된 의사소통 부족, 배우자 몰래 하는 지출이 모두 포함됐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주제는 ‘공정성’이었다. 맞벌이 부부가 공동지출할 일이 있을 때 누가 더 많이 내느냐, 가족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누구 돈으로 줘야 하는 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세 번째 주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지출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집이나 자동차를 산다든지, 자녀 교육비, 여행경비를 정하는 경우의 갈등이었다. 피츠 박사는 이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최근에 배우자와 돈 문제로 싸웠을 때 세 가지 중 어떤 것에 해당되는지 물어보고,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일상적인 지출과 관련된 문제로 싸웠던 기혼자들은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에 무책임한 지출이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로 싸웠던 기혼자들은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돈 문제라도 주제 별로 관계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오현민 수석매니저는 “과소비나 배우자 모르는 지출로 갈등을 경험한 적이 빈번하다면 부부 관계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 배우자와 돈 문제로 싸우지 않기 위한 ‘팁’ 오 수석매니저는 배우자와 돈 문제로 갈등을 줄이는데 필요한 노력으로, 미국의 자산관리 전문가이자 가족관계 테라피스트 코헨 테일러가 제시한 세 가지 팁을 유념하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갈등에 대해 예상해 보기’이다. 배우자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돈에 관해 어떻게 배웠는지를 물어봄으로써, 돈에 대해 어떤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일에 대비해 저축을 해야 한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면 이 배우자는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돈 쓰는 것에 대해 매우 인색해 하고 불편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기본 규칙 설정하기’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이 넘는 지출은 서로 상의하고 결정하자는 식으로 상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가구에 필요한 조치다. 지출에 대한 역할을 분명하게 해 두고, 일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두어야 원치 않는 소비로 갈등을 빚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으로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매월 혹은 매 분기 마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지출하고 저축했는지, 재테크 수익은 어떤지, 보험료는 얼마나 내는지, 대출이 있다면 상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목돈이 나갈 일이 언제 쯤 있는지 등을 체크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오 수석매니저는 특히 돈 문제에 관해 정기적으로 상의를 하되, 공동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0세에 은퇴해 월 300만 원 연금을 받으며 살자’ 라든가 ‘환갑 기념으로 이집트 여행을 가자’ 같은 공동의 구체적인 미래 목표를 설정하면, 갈등이 있더라도 빨리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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