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은 “주식 종목투자는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폴 사무엘슨 역시 “종목 투자보다는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종목 투자에 열중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들 역시 대표지수보다는 개별 주식 종목에 더 많이 투자하는 편이다. ‘고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고수익’을 노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은퇴자들을 포함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개별 종목에 투자해 지수 투자보다 높은 고수익을 누릴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종목투자의 한계와 그 대안을 제시해 일문일답식으로 소개한다.
- 개인투자자들이 종목에 투자할 때 “2018년 9월에 베젬빈더 헨드릭이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은가’라는 재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헨드릭은 1926년부터 2016년까지 90년 동안의 뉴욕 증시 등 주식가격을 조사한 후, 종목 투자 시 기대수익이 얼마인지를 살펴보았다. 당시 미디어들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논문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거의 90년간의 교훈… 대부분 미국 주식 종목들은 단기국채 금리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제목을 뽑았고, 마켓워치는 ‘왜 주식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보다 약간 수익률이 나은가’ 라고 보도했다.”
- 종목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별로라는 결론인가. “그렇다. 논문의 첫 번째 핵심적인 결론은, 전체 종목에서 4% 가량의 슈퍼스타 종목이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S&P 500이 단기 국채보다 5~7%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주식 종목의 수익률은 정말로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어, 몇 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만일 90년 동안 어떤 종목을 바이 앤 홀드(매수 후 장기보유) 했다면, 절반 이상의 기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 종목과 지수의 수익률을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있나. “논문은 90년 데이터를 토대로, 임의로 종목을 선택한 경우와 시가가중지수 투자전략을 택했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그 결과, 96%나 시가가중지수 전략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임의선택종목과 동일가중지수 투자전략을 비교해 보니, 99%가 동일가중지수 전략의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종목투자 시 수익률이 나은 경우는 1%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임의로 종목을 선정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73%가 1개월 단기 국채 금리보다 수익률이 낮게 나왔다.”
- 결국 종목 투자 시 지수투자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인가. “지수보다 종목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이 낮을 확률이 96%에서 99%였다. 1개월 만기 국채수익률보다 수익률이 낮을 확률도 73%에 달했다. 그리고 종목 투자의 절반이 마이너스 기대수익률로 나타났다. 주식 종목투자는 ‘고위험 고수익’을 바라보고 하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고위험 저수익’ 투자라는 매우 비효율적인 투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워렌 버핏이나 폴 사무엘슨이 ‘충분히’ 분산된 지수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 주식 종목투자가 행복도를 떨어트린다는 주장도 있다고 들었다. “2021년 실업률 데이터와 주가변동 데이터, 자살률 데이터를 토대로 ‘주식시장과 자살률 관계에 대한 연구’(이병윤) 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과거 5차례의 주가 급락기 때를 기준으로, 주가급락 직전 1년의 일평균 자살률과 주가급락 직후 일주일의 일평균 자살률을 비교한 논문이었다. 그 결과, 다섯 번의 최악의 주가 폭락기에 비정상적으로 자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왜 그런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보나. “논문 저자는 간접투자의 경우 투자 실패 시 펀드 매니저 등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 종목투자 실패는 본인 책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주가지수보다 종목 투자는 가격 변동성이 훨씬 커 더 많은 불행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종목 투자가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트리는 것은 맞는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주식종목 투자를 선호한다고 보나. “행동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로또를 사는 이유와 비슷하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 같은 객관적 확률을 믿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 확률이 더해진다는 얘기다. 이를 ‘확률가중함수’라고 부른다. 확률이 아주 낮아도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게 보이고, 그런 기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주식 수익률은 정규분포되어 있지 않아 한 쪽으로 쏠림이 많다. 따라서 ‘슈퍼 종목’을 선택하지 못하면 기대수익률이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간과하고 그런 종목을 본인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주관적 확률’을 경계해야 한다.”
- 종목 투자가 장기적으로 봐도 비합리적인 선택인가.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이 종목 선택을 성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투자는 반복해 성공률을 높여가야 하는 것이지, 가끔 대박내는 것이어선 안된다. 종목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수투자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보일 수 밖에 없고, 결국 ‘루저’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행동경제학적 오류부터 인식해야 한다. 객관적 확률과 합리성에 기반한 투자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충분히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4%의 슈퍼 종목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산관리는 마라톤과 같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자산관리의 중심 축으로 삼고 투자에 임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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