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가 독인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전하는 올바른 투약법

이의현 기자 2024-05-22 07:39:47

약은 병을 다스리기도 하지만 자칫 독이 되기도 한다. 적절한 처방에 따라 적당량을 투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그저 의사나 약사의 처방에 따를 뿐이다.

의약품의 일반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약사 단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최근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라는 공동 저서에서 그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 올바른 의약품 정보 고르는 법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의약 정보를 찾기란 전문가들도 어려울 정도다. 옥석을 가려 선택해야 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정보가 너무 넘쳐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음의 여섯 가지 원칙에 따라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영리 목적이 의심되는 정보는 믿지 말라.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면서 의료 장비를 광고한다든가 그 장비를 들여놓은 병원을 소개하는 식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강권하거나 자연요법이 좋다며 특정한 건강 보조식품을 권유하는 행위, 특정인이 추천하는 재품이라며 권위에 의존하는 제품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 제공자가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인지도 살펴보는 게 좋다.

둘째, 가장 최신 정보는 대부분 확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대체 요법을 새로운 치료법으로 둔갑시켜 현혹하기도 한다. 셋째,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면서 이른바 ‘우물 효과’에 빠져 반복되는 정보에 귀가 얇아지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넷째, 자신을 진료한 의사가 당신을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정보의 신뢰성과 유용성을 분석해 환자가 잘 선택하도록 돕는다. 다섯째, 개인적 치유경험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동물구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해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거짓 치유 경험을 만들어 엉터리 건강식품을 팔아 이윤을 취하는 업자들이 많다. 여섯째, 능동적인 환자 참여가 치료율을 높여 준다. 환자가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처럼 굴어선 안된다. 

◇ 편의점 판매 의약품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현재 편의점에서도 해열 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등 일반 상비약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약품에도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약사회는 네 가지 규칙만 지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첫째, 약 이름보다 성분 확인이 더 중요하다. 이름은 달라도 성분이 같은 약이 많다. 타이레놀은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데, 편의점에서 파는 감기약인 판콜에이 내복액, 판피린티정에도 있다. 둘을 같이 복용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성분이 달라도 효능이나 약효가 같은 약은 피하는 것이 좋다. 타이레놀과 부루펜 시럽은 모두 해열제와 진통제로 쓰이는데, 동시에 복용하면 부작용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포장이 훼손되거나 내용물이 변형되기 쉽기 때문이다. 넷째, 편의점 약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그리고 약국보다 대부분 비싸다. 약사회는 “웃돈을 주고 편리함을 사는 셈”이라고 말한다.

◇ 노인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사용법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약 부작용 위험이 두 세배 정도 더 크다.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로 인해 약물의 치료 효과와 독성 효과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노년기에는 위장의 혈류량이 감소하고 위장 운동이 저하되어 약 효과도 감소한다. 그래서 약발이 잘 안 듣는다는 느낌이 많다. 기억력이 떨어져 약 먹는 일을 잊어버리기도 일쑤다.

약사회는 따라서 노인들에게는 사용 약의 수를 반드시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드시 낮은 복용량에서 시작해 서서히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복용 후 불편함은 없는지 잘 살펴야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적어도 3개월 내지 6개월에 한 번은 복용하는 약을 점검해야 한다. 

필요한 약과 불필요한 약을 점검해 특별히 필요하지 않을 때는 중단하는 게 좋다. 진료받을 때나 일반 약품을 살 때, 현재 복용하는 약을 미리 알리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단골 병원이나 약국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강보험공단이나 정부 기관에서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는 다제 약물 요법을 하는 노인들의 안전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약사회 측은 강조한다. 큰 글씨로 잘 보이는 곳에 복용 법을 붙여놓거나 복용 표시를 남기는 방법도 제안한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노인 환자가 편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다양한 투약 보조 용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전한 약 복용 15가지 방법 >
- 조제약은 반드시 의사·약사 지시대로 복용하고, 중단·변경 때도 꼭 상의한다
- 식후가 아닌 식전이나 빈 속에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는지 확인하라 
- 술이나 담배, 자몽 주스나 우유도 약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주의해야 한다 
- 매일 먹는 약인지, 필요시 먹는 약인지 의사에게 확인하라 
- 약에 의한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 의약품 부작용 신고 전화 1644-6223을 기억하라 
- 조제약을 다른 사람이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 모양은 달라도 같은 약이 많으니 중복에 주의하라 
- 조제약의 처방전과 설명서, 약 봉투를 함께 보관하라 
- 새 약이 필요하면 복용 약을 의사에게 미리 알려라
- 내 몸에 맞는 영양제를 약사와 상의해 결정하라
- 약은 늘 서늘하고 습기와 빛이 없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 약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약을 버릴 때는 폐의약품 수거장소를 이용하라
- 씹어먹거나 쪼개 먹어도 안전한 약인지 확인해 보고 복용하라
- 단골병원이나 약국을 정해 놓으면 약 상담받기가 좋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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