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심장혈관질환, 조기 진단과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이 최고의 방패"
이의현 기자2024-10-08 07:23:24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의 장혁재 교수는 중증환자 진료로 잘 알려진 명의다. 그는 심장혈관질환의 조기 진단과 대처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조기 진단과 응급의료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으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환자가 되기 전’에 집중한다.
날로 발전하는 현대의학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수단만 갖춰지면 누구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그 ‘적절성’을 놓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심장혈관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거나 조기에 치료하는 데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브란스 뉴스>에 실린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과 진단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오셨다. “어느 순간 갑자기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벌써 20년 전인데, 일반적인 심장검사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환자가 귀가한 당일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새로운 검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절감했고, 이것이 심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데 매달리는 계기가 되었다.”
- 심장혈관질환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병인가. “조기에 발견하거나 위험도를 사전에 적절하게 평가해 치료하면 현재의 의학기술로도 사망이나 심근경색 등의 위험한 상황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진료 방식으로는 위험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 심장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이지만 자각증상이 없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안다. “심장혈관질환 가운데 특히 관상동맥질환은 대표적인 심장혈관질환으로, 심장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심근경색이나 돌연사와 같은 위험 상황에 부닥치기 전까지는 전혀 자각증상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증상이 없는데 어떻게 심장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나. “심장 혈관질환을 다루는 의료진의 오래된 숙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로 찾는 게 효과적이지만 개인별로 감수성이 다를 수 있고, 이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중 일부에서만 심장혈관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데도 심장혈관질환이 발생하가도 한다. 충분히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혈액 공급 부족으로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혈액 공급 부족 현상이 없다고 해서 심근경색이나 돌연사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 CT를 활용한 비침습적 검사로 관상동맥 손상 정도를 직접 파악할 수 있다고 들었다. “CT나 MRI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의 손상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최근 10여 년 동안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덕분에 관상동맥 석회화 CT, 관상동맥 CT 혈관 조영술 등 비침습적인 방식의 관상동맥 직접 평가에서 관상동맥이 정상이라면 향후 10년 이상 심근경색이나 사망의 발생이 생기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일정 수준의 동맥경화가 확인된 사람은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 심근경색이나 사망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렇지만 검사나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심근경색이나 돌연사가 발생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럴 때는 최대한 빨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시술이나 수술로 막힌 혈관을 다시 뚫어주어야 한다. 환자가 늦지만 않는다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세브란스병원은 여러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각 지역에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119 구급대와 병원 응급진료센터 등 유관기관 사이에 실시간 정보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새로운 응급의료시스템이다.”
- 심장혈관질환은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지 않은 환자들이 여러가지 고가의 검사를 받게 된다. “불필요한 입원도 상당수에 달한다. 여러 검사로 심장혈관질환이 의심되어 입원해서 침습적인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했으나 막상 혈관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세브란스는 수년간 여러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간단한 기본검사만으로도 80-90% 이상 심장혈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식약처 허가와 다기관 임상연구를 마치고 실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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