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줄 ‘자나비다’ 모델을 아시나요
2025-10-16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의 와다 히데키 원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다. 건강노후의 국민 지킴이다. 왕성한 저술 활동으로 건강 노후의 실천적 지침과 함께 구체 전략을 제시해 주는 한편으로 의료계의 일반 상식을 뒤엎는 진단과 처방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최근 발간한 <80세의 벽>에서도 와다 히데키 원장은 예의 주목할 만한 제안을 해 눈길을 끈다. 그는 “노화를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소중한 일에 집중하라”면서도 세간의 상식과는 다른 노후 처방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독자들에게 도움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 80세가 넘으면 암 신경쓰지 마라?
히데키 원장은 “80이 넘으면 몸 속에 암이 있는데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근무했던 노인전문 요쿠후카이병원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100명 가량의 유해를 해부하고 연구하는데, 몸 속에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이 있음에도 생전에 전혀 알지 못한 채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85세 이상의 유해를 부검해 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암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 조기발견과 치료가 필수라는 항간의 상식이 무색할 정도라는 얘기다. 히데키 원장은 “그러니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식사를 제한하고 좋아하는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것도 80이 넘어선 별 의미가 없다”고 처방했다.
◇ 인지장애는 나이 먹으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지장애는 기본적으로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80세 이후 발현되는 인지장애는 대체로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실제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쯤 전부터 서서히 진행된 것이지만 대체로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85세가 넘은 거의 모든 고령자의 뇌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뇌 변성이라, 인지장애는 ‘병’이라기보다는 ‘노화 현상’에 가깝다고 했다. 각종 데이터에서도 80대 후반에는 40%, 90세에는 60%, 95세에는 80% 정도가 인지장애를 겪는다고 전했다. 히데키 원장은 그러니 바로 지금 마음껏 원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갈 것을 권했다. 변화가 없는 따분한 일상이 뇌의 활동을 더 둔화시키고 스트레스 많은 삶이 뇌에 손상을 준다고 했다.
◇ 80이 넘으면 건강검진 안받아도 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건강검진이 ‘신앙’인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히데키 원장은 건강검진이 장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도 예전에 남성의 정기 건강검진 비율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이었지만, 남녀 수명 역전은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건강검진의 기준이 되는 ‘정상 수치’가 정말로 정상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람마다 정상 수치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들도 검사 수치만 보고 환자는 보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런 그릇된 현상은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치를 정상에 맞추려고 약을 먹다가 건강을 해치거나, 잔존 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 의사에게 절대 의존하지 말라?
의사의 말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의사의 불섭생’이라는 말을 소개했다. 의사는 자기 건강이나 신체에는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게는 약이나 검진을 권하지만 정작 본인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약이나 검진으로는 수명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히데키 원장은 대신 ‘의료난민’이 되기 전에 ‘닥터 쇼핑’을 통해 가장 믿음직한 주치의를 찾을 것을 권했다.
◇ 80대는 혈압이 높아도 상관없다?
예전에는 혈압이 150mmHg 정도만 되어도 혈관이 파열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일본인의 영양 상태가 나빴던 1950~1960년대 얘기였다. 영양 상태가 좋아진 요즘은 동맥류가 없는 한, 혈압이 200이 되더라도 파열되는 일은 없으며 80이 넘는 고령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혈압이 180인데 두통이나 울렁거림,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있다면 혈압을 낮추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치만 보고 비정상이라고 섣불리 판단해 무조건 약부터 들이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 당뇨병 치료가 알츠하이머를 촉진한다?
현대의학에서 당뇨병 환자는 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가 되기 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히데키 원장은 반대로 당뇨병 치료가 알츠하이머를 낳는다는 가설을 주장한다. 요쿠후카이병원에서 고령자 당뇨병을 적극 치료하지 않았더니 당뇨병 환자에게서 오히려 알츠하이머가 잘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3년 간 이뤄진 사망자 부검 결과, 당뇨병 환자보다 일반인에게서 3배 더 높은 확률로 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를 떨어뜨리면 저혈당이 되어 뇌에 당분이 미치지 못하는 시간대가 발생하며, 이것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알츠하이머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는 게 그의 가설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음식은 자제하지 말고 먹으라는 것이다.
◇ 고령 운전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히데키 원장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운전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할 수 있는 일을 왜 포기하냐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80세의 벽을 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세라고 했다. 그는 애초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한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연령차별금지법’이 일본에는 아직 없다고 꼬집었다. 고령자는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운전하면 위험하다고 단정짓는, 완전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허를 반납하고 6년 후에 돌봄을 받게 될 위험이 2.2배나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전했다. 그는 “정말 필요한 것은 면허증 반납이 아니라, 자동차 운전 장치의 성능을 높여 하루빨리 안전한 삶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래 선임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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