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어르신들] 60대 허곡지 할머니, 뇌사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2025-04-10

생전에 거리공연 등을 통해 춤과 연극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던 한창 나이의 '춤꾼 연극인'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8월 7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60세 연극인 박현덕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박 씨는 8월 1일 경북 경주시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받던 중에 뇌출혈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까지 받았으나 끝내 회복을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평소에 가족들에게 "혹시 내가 죽거든 내 모든 재산과 신체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실제로 2002년에 기증희망등록 신청을 통해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가족들은 평소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심장과 폐장, 간장, 그리고 양쪽 신장을 기증하는데 동의했고, 덕분에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박 씨는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 없이 주고 떠났다. 그의 인체조직은 100여 명의 환자들을 위한 기능적 장애 회복에 활용될 것이라고 동아대병원 측은 밝혔다.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부산 동아대에서 풍물패로 활동하다 대학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 들어가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 등을 익혔다. 극단을 나온 후에는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하며 마당극, 풍물패 등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 경주시로 주 활동무대를 옮겨 최근까지 지역 시민단체 등과 활발하게 시민 참여 연대 활동을 펼쳤다. 특히 생명과 환경 살리기 활동과 함께 민속 예술 계승 및 확산에 진심을 다했다. 장애인과도 늘 함께 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에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작품 활동을 했거나 사회공헌 활동을 했던 지인들은 모두 박 씨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떠올렸다. 늘 매사에 열정적이면서도 배려심도 깊어, 그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앞다퉈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작업이 없는 쉬는 날에는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주변 이웃들과 나누는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함을 실천하는 이웃이었다. 헌혈도 평균적으로 분기에 한 번씩, 최근 10년 동안 40번 이상 참여했다.
박현덕 씨의 아내 김혜라 씨는 남편을 ‘늘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남을 위해 살고자 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공연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때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도 귀감이 되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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