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유년기를 보낸 80대 농부가 자신보다 어려운 삶 속에서 서글프고 배고프게 사는 이웃을 도와야 한다며, 지난해 자신이 수확한 모든 쌀을 기부해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 완주군 비봉면 문장마을에 사는 최병용(83) 할아버지다. 그는 지난 달 30일 비봉면 사무소를 방문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20㎏짜리 백미 60 포대를 전달했다. 금액으로는 350만 원에 상당한다.
금액 보다는 이 쌀이 자신이 올 한해 지은 농사의 전부라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최병용 어르신이 1년 내내 땀 흘려 농사지은 결과물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두 기부한 것이다.
최 어르신은 이번 선행과 관련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니 밖으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힘들게 살면서 선행을 베풀며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기부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기부자 사진이 필요하다는 비봉면 측의 요청도 뿌리치고 그저 쌀 사진만 허락했다.
그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제 나이도 먹고, 농사짓는 게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혹시라도 배고픈 설움을 겪는 이웃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 비봉면에서 나고 자랐다. 그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1940년대와 1950년대는 해방 전후의 고달픔과 6.25 전란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 역시 춥고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최 어르신의 집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끼니를 건너뛰는 것은 일상이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굶는 날이 이어졌다. 그는 “배고픈 설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고향 땅을 지키며 농사에 매진한 덕에 그는 이제 3300여㎡의 논을 가진, 제법 넉넉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기부한 쌀도 그가 한 평생 가꾸고 일군 그 논에서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정성으로 수확해 얻은 쌀이다.
최 어르신은 “일을 할 수 있는 한 계속 농사를 지어 쌀을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봉면은 그의 뜻에 따라 주위의 소외계층에게 기부 쌀을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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