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백치? ‘NO’ … 이젠 시니어 디지털 신세대”

대한노인회 전국 연합회와 전국 지자체들, 앞다퉈 디지털 교육 강화에 스마트 경로당 개설
이의현 기자 2025-10-20 08:15: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사회의 디지털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대한노인회 소속 주요 지역 경로당과 전국 지자체들이 적극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고루했던 구식 경로당이 ‘스마트 경로당’으로 속속 변신 중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기 교육과 원격 화상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디지털 지원 프로그램도 줄을 잇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백치’라며 눈총 받던 노인들이 머지않아 새로운 ’디지털 신세대'로 진화할 조짐이다.

◇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앞장’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회장 고광선)는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을 본격 추진 중이다. HP코리아와 함께 ‘디지털 봉사대’ 발대식을 갖고 강사 30명을 위촉해 지난 8월부터 서울 시내 120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에 들어갔다.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초심자의 입장에서 정성껏 가르쳐 드리고 있다. 

어르신들은 컴퓨터의 기본 동작과 각종 문서 작성법은 물론 식당과 카페에서 키오스크 사용하는 법, 기차와 버스터미널에서 승차권 예매하는 법, 택시 예약이나 호출 등 간편 앱을 사용하는 법, 길 찾기나 대중교통 실시간 정보 확인 방법 등을 배운다. 처음에는 낯설다며 꺼려 했지만, 간단한 교육을 받고 나서는 소소한 디지털 업무 정도는 스스로 할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앞줄 중앙)이 디지털 봉사대 강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대한노인회는 100세 시대를 맞아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서울시연합회를 중심으로 전국 7만여 경로당에 스마트 경로당 모델을 확산 보급 중이다. 대한노인회 정보화사업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시니어 전문 박람회 ‘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 2025’에서 특별 전시회까지 가졌다.

건강과 안전, 여가 등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디지털 기술과 생활 솔루션 서비스가 집약된 특별관에는 시니어 디지털 라이프에 관심을 가진 많은 시니어와 관계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전시에 참여한 21개 협업 기업들은 건강관리, 비대면 진료, 체성분 측정, 여가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반 솔루션을 소개했다. 

◇ 서울시 기초 자치단체들, 스마트 경로당 및 디지털 지식 보급 ‘적극’

송파구는 시니어세대 디지털 격차 해소와 50세 이상 신중년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디지털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을 2021년 이후 4년 만에 재개했다. 디지털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시니어들에게 눈높이 디지털 교육을 해 줄 인재 양성이 목표다. 50세 이상 신중년 구직자 중 정보화 교육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디지털 분야 경력이 있는 주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었다. 지난 4월에 17명이 관련 과정을 수료했는데, 이들은 향후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도록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강동구가 진행 중인 ‘찾아가는 어르신 디지털 안심 교육’ 전경. 사진=강동구

강동구는 7월부터 ‘찾아가는 어르신 디지털 안심 교육’을 전개 중이다. 보이스피싱 같은 디지털 범죄로부터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9월까지 회원 수 30명 이상의 지역 내 경로당 60곳을 직접 방문해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톡 사용법, 스미싱 문자 대응방법 등을 1대 1 맞춤형으로 교육하고, 특히 사기 전화에 대한 대응 방법은 역할극 형태로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강동구는 경로당 외에도 디지털 교육 전용 이동형 차량인 ‘에듀버스’를 활용한 현장 맞춤형 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양천구는 연내 ‘스마트 경로당’ 20곳 추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구립경로당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마친 이후 올해부터 사립경로당까지 대상을 확대해 연내 20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혈압계와 체성분 분석계, 스마트워킹, 스마트테이블 등 디지털 기기 등이 구비되어 안면인식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 직접 자신의 혈당이나 체성분 등을 측정·수집할 수 있다. 경로당마다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스마트경로당 매니저’를 배치해 기기 사용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노원구 첫 스마트 경로당에서 주민들이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노원구 

노원구는 IoT 기술을 접목한 지역 내 1호 스마트 경로당을 최근 월계동 월성경로당에 조성했다. 어르신 기초건강관리를 위해 헬스케어 키오스크, 체성분 분석기를 비롯한 스마트 건강측정기기와 스마트 워크 등 건강관리 콘텐츠를 갖췄다. 여가 활동을 돕기 위해 놀이 두뇌 훈련 콘텐츠 같은 놀이 프로그램이 탑재된 스마트 테이블도 구축했다. 안전 분야에도 최신 IoT 기반 장비를 보강해 화재감지기 등의 스마트 센서와 시설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도봉구는 지역 내 모든 구립경로당을 ‘스마트경로당’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경로당을 단순한 휴식 공간에서 안전·건강·배움이 어우러진 생활 밀착형 복지공간으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와 화상 플랫폼을 통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은 물론 키오스크를 통해 디지털 문해교육도 돕는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약 9억 원은 서울시 ‘스마트경로당 시스템 구축’ 시범 자치구 선정에 따른 시특별교부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 지역 지자체들도 앞다퉈 ‘잰 걸음’

강원도는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5억 원을 투입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태백 지역 106개 모든 경로당에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했다. 실시간 화상 소통 시스템과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키오스크 교육 시스템 등 다양하다. 안전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재 알림시스템으로 24시간 모니터링도 한다. 강원도는 태백을 포함해 춘천, 원주, 홍천 등 4개 시군 575개 경로당에서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어 횡성과 영월, 정선 등 3개 시군으로 추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강원도 스마트 경로당의 스마트 교육 현장. 사진=태백시
 
경남 사천시는 관내 33개 경로당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2월까지 ‘키오스크 활용 디지털교육’을 시범 운영한다. 키오스크 활용법부터 유튜브 시청 및 활용법, 보이스피싱 예방법, 스마트 폰 건강관리법은 물론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교육 후에도 ‘찾아가는 에듀버스’를 경로당에 보내 복습과 개별 맞춤 지도를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2026년부터 관내 340개 경로당, 1만 600여 어르신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옹진군도 최근 스마트 경로당을 열었다. 비대면 건강 관리 솔루션과  IoT 기반 안전 시스템 등을 통해 기존 경로당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복지 거점 공간으로 고도화했다. 대형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건강교육과 노래교실, 다양한 복지정책 안내 등이 이뤄진다. 특히 군 관내 73개 경로당에 실시간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역내 소통의 공간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시설 지원을 넘어,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프로그램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천시는 연내 스마트경로당을 150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사진=부천시
 
경기도 부천시는 올 연말까지 총 14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경로당을 45곳에서 150곳으로 늘린다. 150곳에 태블릿 PC 1대씩을 공급해 내년 3월부터는 인공지능 기반의 인지건강검사도 실시해 치매 예방을 돕기로 했다. 위험군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를 가족에게 알리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체계적인 검사와 상담을 받게 할 예정이다. 교육용 키오스크도 1대씩 제공한다. 특히 주 1회 당뇨, 만성질환, 통증, 영양 관리에 대한 의료 전문가의 비대면 교육도 지원키로 했다. 

경북 안동시도 스마트 경로당으로 초고령 사회에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 10월 2일 스마트 경로당 구축사업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확보된 사업비 7억 6000만 원을 활용해 노인종합복지관에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경로당 50곳에 대형 TV와 스마트 화상회의 시스템을 보급키로 했다. 혈압계와 혈당계, 체온계 등 IoT 기반 건강 측정기기로 상시 건강관리가 가능케 지원한다. 전원 원격제어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 시설관리 시스템도 도입해 응급 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의현·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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