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어르신들] 기초수급 85세 탈북민 김순자 씨, 폐지 팔아 모은 500만원 기탁
2025-03-05

한 평생 일과 씨름하면서도 늘 ‘나눔’을 떠나지 않았던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의 그런 숭고한 뜻을 잘 알기에 아이들이 먼저 생전에 장기 기증희망을 등록했고, 그 사실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아이들을 칭찬했다. 30년 넘게 과수원을 가꾸며 나눔을 실천해 오다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져 세상을 등진 65세 권태숙 씨 이야기다.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1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난 권 씨는 어릴 때부터 다정한 성격에 이웃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 꽃 가꾸기와 뜨개질을 유난히 좋아했던 여린 소녀 감성의 소녀였다. 교회를 다니면서 꾸준히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 봉사를 실천하는 것은 물론 충청남도 서산에서 30년 넘게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농사가 풍년일 때나 흉년일 때나 늘 주위에 과일을 나눠주며 정을 쌓았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과 농사가 주라 늘 작황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언제나 주변에 나눠줄 과일부터 챙기는 선한 이웃이었다. 2010년에는 큰 태풍이 와 과실이 대부분 떨어져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때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눠야지” 하며 남은 사과 몇 개씩을 챙겨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착한 사람이 지난 1월 21일 새벽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허망하게도 5일 만인 26일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자녀들이 등록한 뇌사 장기 기증 서약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 뇌사장기기증으로 그녀는 네 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
자녀들이 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하고 왔다며 증서를 내밀었을 때 “잘했다. 나중에라도 나도 그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아이들 손을 잡았던 기억이 자녀들에게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가족들은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이어간다면, 같이 살아간다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아들 이원희 씨는 엄마에게 살면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해 드린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살아계실 때 더 많이 사랑 한다고 얘기해주고, 더 자주 안아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죄송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네 사람이 신장(양측)과 간장, 폐장을 기증받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며,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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