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어르신들] 한평생 나눔에 장기 기중으로 네 생명 살리고 떠난 권태숙(65세) 씨
2025-02-27

85세의 탈북민. 그것도 기초수급 생활비에 의존하며 어렵게 사는 할머니가 폐지를 팔아 모은 쌈지돈 500만 원을 선뜻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해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대전 대덕구에 사는 김순자 어르신은 북한 황해도 안악군에서 태어났다. 20살 되던 1960년대 어느 날 남편과 사선을 넘어 중국 길림성(吉林省)으로 탈북했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내며 어렵게 생계를 잇고 살았지만 결핵으로 황망하게 남편을 잃게 된다.
딸 3명과 30년간 어렵게 그곳에서 지내다 1997년 50대 후반에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곳에서 재혼한 뒤 충남 서산에 자리를 잡았지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대덕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이후로도 확실한 고정 직업을 잘 찾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며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쉽지 않은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김 어르신은 대덕구에서 여관 청소와 휴지 줍기, 전봇대 전단 붙이기 같은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하루에 5000원~1만 원씩 20여 년을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참으며 한 푼 두 푼 모았다.
그런 김 할머니가 최근 석봉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부끄러운 듯 500만 원을 건내며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그 동안 거의 매일같이 폐지를 모아 판 돈이었다.
김 할머니는 지금도 폐지를 수거해 팔며 기초생계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나라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며 “그런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내놓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받아준 고마운 대한민국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남을 돕고 살아야 나한테도 복이 돌아온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 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적지 않다”며 “우리 지역의 이웃을 돕자는 마음으로 생계급여와 폐지를 수집해 판 돈을 모아 성금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 어르신은 자신의 나이와 관련한 뒷 얘기도 전했다. 한국 나이로는 호적 상 78세로 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취득한 호적 나이라는 것이다. 실제 나이보다 7살 더 젊게 사는 기분으로,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일을 하며 이웃들과 함께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일 듯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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