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은 예방 가능·완치 불가… C형 간염은 예방 불가·완치 가능

안상훈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교수가 전하는 간염의 모든 것
이의현 기자 2024-10-22 07:43:33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간에는 신경세포가 없다. 때문에 이상이 생겨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간의 절반이 손상되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B형 간염과 C형 간염이 가장 흔하다.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법정전염병인 동시에 종양 바이러스라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B형 간염은 간경변증이 안 생기더라도 갑자기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0개 이상의 간염 관련 다기관 임상연구를 수행하면서 540편 이상의 SCI(E) 논문을 발표한 간염 치료의 권위자 안상훈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을 통해 간염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B형 간염과 C형 간염의 특징은 무엇인가.
“둘 다 ‘간염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B형 간염은 예방이 가능하지만 완치가 안 되고, C형 간염은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완치가 된다는 점이 다르다. 간경변증과 간암의 60~70%가 B형 간염에서, 10~15%가 C형 간염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간암의 80~90%가 이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 간염을 오래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간이 딱딱해지면서 재생능력을 잃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 쉽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손상된 간에서는 간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경변증이나 간암 같은 치명적 간질환을 막으려면 만성 B형 간염과 C형 간염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간염은 어떻게 해서 발생하나.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염증이 발생한 상태에서 바이러스와 알코올, 약물,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 E형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 B, C형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60~70%로 가장 많고, C형 간염바이러스는 15~20%를 차지한다.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이나 체액에 직접 노출되었을 때 감염된다.”

간염 바이러스의 권위자인 안상훈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

-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어떤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바이러스를 보유한 산모는 아기에게 수직감염 전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주사바늘이나 침, 의료용 치료기구 등을 제대로 소독 않고 재사용해도 감염된다. 바이러스 보유자의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을 함께 사용하면 안된다. 감염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반드시 B형 간염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식사나 대화 등 일상생활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 B형 간염에 걸리면 증상이 어떤가.
“급성 B형 간염에 걸리면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잠복기가 끝나면 열감과 두통, 온몸의 근육통과 피로감,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비슷해 몸살감기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변 색깔, 눈이나 피부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 어릴 때 B형간염에 감염되면 만성화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성인은 급성 B형간염에 걸렸을 경우에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는 면역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출생 당시 모체로부터 수직감염되는 신생아들은 90% 이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성화된다. 만성 B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기적인 간 건강을 체크가 필요하다.”

- B형 간염바이러스가 간경변증 없이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만성 B형간염이 위험한 이유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60%, 간암 환자의 약 70%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도 암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 증식 상태, 간수치와 간기능, 간 손상 정도, 간질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치료 시작 시기와 검사 주기가 달라진다.”

- B형 간염 치료제는 어떤 것 들이 있나.
“먹는 약과 주사제가 있다. 약제마다 효능과 부작용, 내성 발생 가능성이 다르니 약제의 특성과 환자의 현재 상태, 이전 치료 경험과 부작용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는 B형 간염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항바이러스제를 중단하면 바이러스가 다시 재활성화되면서 간기능이 악화될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중단해선 절대 안된다.”

- 예방법은 없나.
“다행스럽게도 B형 간염은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최선은 예방접종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B형 간염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만약 산모가 이에 감염되었다면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함께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다. 1995년 이전 출생한 성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 항원과 항체가 없다면 의사와 상담 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은 없지만 완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률은 전체 인구의 1% 미만이다. 하지만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확률이 70~80%로 높고, 간경변증이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형 간염은 치료 후에도 재 감염될 수 있다. 다행히 2025년부터는 매해 56세에 해당되는 사람은 국가건강검진 때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조기 진단과 관리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C형 간염은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주된 전염 통로는 혈액이다. 그러나 1992년부터 수혈용 혈액은 C형 간염 검사를 시행하므로 현재는 수혈을 통한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사기나 침, 문신 시술, 피어싱, 손톱깎이, 면도기 등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어 스스로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역시 최선의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B형 간염은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 C형 간염은 어떻게 진단하나.
“혈액검사로 HCV 항체 또는 HCV RNA를 확인해 진단한다. C형 간염은 항체가 양성이면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뜻이다. 바이러스가 확인되면 추가 간기능 검사, 복부 초음파 또는 CT 등의 정밀검사를 시행한다.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현재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다. 치료 기간이 2-3개월로 단축되었으며, 치료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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