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은 생각보다 흔하고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신장질환을 예방 및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증상이 의심되면 주저 말고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신부전 치료의 명장인 김범석 세브란스 신경내과 교수가 전하는 만성신부전의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한다.
- 콩팥(신장)이 어떤 장기인지 설명해 달라.
“콩팥 하나는 어른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다. 길이 10cm, 너비 5cm에 3cm 정도의 두께다. 하지만 하는 일은 어마어마하다. 노폐물 정화, 혈액 속 물과 전해질의 비율을 조절하는 삼투압조절기능, 혈압조절기능 등을 한다. 콩팥에 손상이 생기면 대부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큰 문제다. 신장질환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한 번 손상되면 점점 나빠져 나중에는 평생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하다.”
- 손상 후에는 회복이 안 된다니 놀랍다.
“당뇨나 고혈압에 비해 콩팥 병은 매우 흔한 질환임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혈당이나 혈압은 즉각 수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콩팥은 그렇지 못하다. 콩팥은 장기 조직의 특성 상 손상을 받으면 회복이 거의 안 된다. 콩팥을 구성하는 단위인 네프론이 한쪽 콩팥에 100만 개 이상이데 병이 진행될수록 일하는 네프론 숫자가 줄어들고, 이렇게 죽어버린 네프론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 만성신부전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성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점진적이고 비가역적으로 저하되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고령화나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의 증가와 밀접해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만성신부전을 앓는데, 그 중 약 1%가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만성신부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 만성신부전의 증상은 어떤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으나, 신장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피로, 식욕부진,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면 부종, 고혈압, 소변량의 변화, 야뇨증 등이 발생하며, 말기에는 심각한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 진단은 어떻게 하나.
“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신장의 혈액 여과 능력인 사구체여과율(GFR)이다. 정상 수치(90mL/min/1.73m2 이상)보다 낮게 3개월 이상 계속되면 만성신부전으로 진단할 수 있다. 크레아티닌 수치도 있다. 혈액 내 크레아티닌 농도가 증가할수록 신장기능이 저하된다. 소변검사로 단백뇨(소변 내 단백질의 양)와 혈뇨 여부를 확인해 신장이 손상되었는지 알 수 있어, 만성신부전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진단 지표가 된다. 초음파, CT 같은 영상검사도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 만성신부전은 다양한 전신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안다.
“신장에서 생기는 에리트로포이에틴 호르몬이 줄면서 빈혈이 생겨 피로감과 운동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 제제와 철분 보충이 필요하다. 비타민D 활성 저하와 칼슘-인 대사 이상으로 신성 골이영양증이라는 뼈 합병증으로 골다공증과 뼈 통증,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뼈 합병증은 칼슘 보충제와 활성형 비타민D 투여로 관리할 수 있다. 심혈관계 질환도 만성신부전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니 혈압과 지질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은 심장 부정맥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하거나, 면역력 저하로 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피부 가려움증이나 수면장애, 신경계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 구체적으로 만성신부전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먼저, 혈당과 혈압을 철저히 관리해 신장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적극적인 식이요법과 운동, 약물치료로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혈압 관리는 신장 손상과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에 중요하며,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약물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SGLT2 억제제라는 당뇨병 치료제가 만성신부전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감소시켜 주목을 끈다. 피네레논도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해 신장기능의 저하를 늦추며, 만성신장병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유의한 효과를 보여 사용이 늘고 있다.
단백뇨 감소 역시 신장기능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뇨를 줄이기 위해 ACE 억제제나 ARB를 사용하고, 식이 단백질 섭취를 조절한다. 고지혈증 관리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신독성 약물의 사용을 피하고, 약물 복용 시에는 의료진과 상의해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기적인 신장기능 검사를 통해 질병의 진행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치료 방침을 조정해야 만성신부전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 만성신부전 환자는 어떤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한가.
“식이요법은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먼저, 단백질 섭취는 신장에서 생성되는 노폐물의 양을 증가시키니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지나치게 제한하면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으니 균형 잡힌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나트륨 섭취도 마찬가지다. 부종과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국물 음식이나 가공식품, 염장식품, 소금기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칼륨 섭취 조절도 필요하다. 고칼륨혈증 예방을 위해 콩이나 두유를 비롯한 견과 제품이나 바나나, 감자, 토마토 등 칼륨이 많은 식품에 주의해야 한다.
인 섭취 제한도 요구된다. 고인산혈증과 관련된 뼈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유제품, 콩류, 견과류 등의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 조절도 필요하다. 개인의 소변량과 부종 상태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부종과 혈압 상승을 유발하므로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과 카페인 제한 알코올과 카페인은 신장에 부 담을 줄 수 있으니, 섭취를 제한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금연 흡연은 신장 혈류를 감소시키고 질병의 진행을 촉진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 말기신부전 환자를 위한 신대체 요법이 주목을 끄는 것으로 안다.
“말기신부전은 신장기능이 극도로 저하되어(사구체여과율, GFR < 15mL/min/1.73m2) 신체 내 대사 노폐물과 수분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요독증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피로나 구토, 식욕부진, 호흡곤란, 부종, 신 경계 이상 등이 발생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니 신대체 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신대체 요법은 손상된 신장기능을 대체해 체내 환경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법이다. 크게 투석과 신장이식이 있다. 투석의 5년 생존율은 약 70-80%, 신장이식은 10년 생존율이 약 90%에 이른다. 환자의 신체 상태, 생활 방식,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 투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투석은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식이와 수분 섭취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며,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 투석만으로는 신장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므로 장기 생존율이 이식에 비해 낮다. 먼저, 혈액투석 투석기(인공 신장기)를 이용해 환자의 혈액을 정화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 3회, 회당 4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치료 효과가 높고 관리가 쉽지만 치료 일정에 따라 생활에 제약이 생긴다. 복막투석 환자의 복막을 여과막으로 이용해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자동화된 장치로 야간 투석이나 자택 치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복막염 등의 감염 위험이 있으며, 장기간 사용 시 복막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 신장이식은 어떤가.
“신장이식은 건강한 신장을 이식받아 정상적인 신장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법이다. 이식 신장은 일반적으로 복부에 위치 하며, 기존의 손상된 신장은 제거하지 않는다. 이식은 투석에 비해 생존율과 삶의 질이 높으며, 식이와 수분 섭취에 대한 제한이 적고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면역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이로 인한 감염 위험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기증자 부족으로 인해 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수술 관련 합병증의 위험도 있다.”
- 혁신적 치료법으로 치료 기회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만성신부전 치료에 혁신적인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면역치료 분야에서는 면역 관용을 유도해 신장이식 후 거부 반응 없이 면역억제제 복용을 최소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면역 조절 세포치료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이식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종이식은 유전자 조작된 동물(주로 돼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방법으로, 기증자 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최근에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성공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임상 도입 전에 면역학적 문제나 바이러스 전이 위험성, 윤리적 논쟁 등 선결되어야 한다.”
-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와 상의하지 않은 약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말한다. 감기약이나 소염진통제 같은 것들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화자들이 관절이나 허리 통증을 이유로 소염진통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장복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일부 감기약에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 있다. 혈관 수축은 콩팥이 안 좋은 분들에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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