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호기심·기억 측정 연구 결과… 설레고 재미있으면 두뇌는 늙지 않는다”
이의현 기자2025-01-13 07:59:09
근현대사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특별한 재능은 없다. 단지 열정적인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많은 건강 전문가나 뇌 과학자들도 ‘호기심’을 뇌 노화 방지의 특효약으로 생각한다.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호기심과 기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한 연구를 소개했다. 먼저 60개의 상식 문제를 제시했다. 그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궁금증이 생기는지를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답에 대해서도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도 1점에서 10점을 척도로 측정했다.
제시된 문제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 한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단위는? ▲ 동물 중에서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동물은? ▲ 지구 대기권의 80%를 차지하는 기체는? ▲ 여성 투표권을 처음으로 부여한 나라는? ▲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간식 재료는? ▲ 석유 다음으로 큰 규모로 거래되는 무역 품목은? …
답을 본 후에 다시 이 문제들에 대한 호기심 정도를 다시 매기고 스스로 이 정답을 얼마나 잘 기억할 것인지 추정해 1~10점 척도로 대답하도록 했다. 60문제를 모두 풀고 정답까지 확인한 참여자들은 이전에 본 상식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인지 과제를 1시간 동안 수행해야 했다. 실험의 목적과 관련 없는 인지 과제를 수행케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장기 기억을 측정하는 실험 디자인에서 자주 쓰인다.
그런 다음 상식문제 60개 중 30개를 무작위로 골라 시험을 보았다. 연구 참여자가 미리 답을 알고 있었던 문제는 제외했다. 1주일 후 전화로 나머지 30개 문제로 다시 시험을 봤다. 이 연구에는 평균 연령 20세의 젊은 참여자들과 평균 연령 73세의 나이 든 참여자들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기억력의 연령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인 참여자들의 경우 궁금한 문제는 1주일 후에도 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즉, 노인 참여자들은 호기심이라는 요인이 장기 기억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과 장기 기억의 이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주 잘 기억하지만 관심이 없는 주제는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가져야만 기억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기심을 가져야만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주의 집중이 높을수록 더 깊고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소원 교수는 “우리의 뇌는 자원을 알뜰하게 분배해서 에너지를 아끼려는 의도를 가진 기관이기에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면서 선택적인 정보처리의 기제는 스스로 주의 집중을 선택하도록 하며, 이때 호기심이라는 존재가 이런 주의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정하는 기제가 된다”고 말했다.
호기심은 치매 위험도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개인의 성격이 포함된다. 심리학에서는 걱정과 불안 등의 감정이 많은 ‘신경성’ 높은 사람이 치매 위험이 높은 반면, 개방성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치매 위험이 낮은 성격으로 평가한다. 특히 개방성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성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과 맞닿는다. 한 교수는 “치매와 성격의 관계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이 개방성과 치매의 관계”라고 말한다. 호기심이 치매 위험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과 학습은 뇌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건강한 뇌를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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