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당질 과다증’에 대해선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일본의 당뇨병 전문의 에베 코지(江部 康二) 다카오병원 이사장이 <탄수화물의 경고>라는 저서를 통해 당질 과다증과 이를 대비하기 위한 당질 제한식에 관해 소개했다.
2002년에 당뇨병 진단을 받고 스스로 당질제한식을 통해 완치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 실생활 주변에 널리 만연한 당질 과다증의 폐해와 이를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한다.
◇ 만연하지만 잘 모르는 ‘당질 과다증’
저자는 편두통과 역류성 식도염 조차 당질 과다증이라고 말한다. 당질이 많은 음식을 빈번하게 섭취하면 당뇨병이 아닌 사람도 식후 혈당치가 훌쩍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당질제한식을 실시하자 역류성 식도염의 속 쓰림 증상이 없어졌다고 전한다.
그는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까지 올라오는 질환인데, 위산이 과다분비되는 원인이 과도한 당질 섭취이라는 점에서 당질제한식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편두통 역시 당질의 과도한 섭취라며, 이런 환자에게도 당질제한식이 거의 100% 효과가 있었다고 전한다. 기능성저혈압 환자에게도 같은 효과를 보았다고 말한다. 다만, 공황장애 같은 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면 당질제한식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당질 섭취는 알레르기도 악화시킨다. 당질이 적은 식사를 했던 과거에는 알레르기 환자가 없었다며, 당질이 적은 생활은 온 몸의 혈액순환과 대사를 원활하게 해 자연치유력과 면역 조절기능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과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당질 과다섭취는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일본 규슈 대학 연구에 따르면 흰 쌀밥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고되었다. 당뇨병 징후가 있으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4.6배나 높아진다는 결과도 보고됐다고 한다.
신진대사의 급격한 변동은 불임이나 난산, 거대아 출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혈당치의 급격한 변동은 불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질제한식을 할 경우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개선할 수 있고, 순산할 확률을 높여준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당질을 과다 섭취하는 사람은 감염증에 약할 수도 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기에 잘 걸리고, 체내 대사 이상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혈류가 나빠지고 대사가 혼란스러워지면 자연 치유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증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당질은 치아 병원균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충치와 치주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치아의 플라크를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세균이 당질을 분해해 산과 독소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충치 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당질을 줄여야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당질의 과다섭취는 내장에도 부담을 준다. 호흡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불어 요통이나 무른 통증, 빈뇨 등의 고령자 질환도 당질 과다 섭취와 관련이 있다. 비만이 결국 허리와 무릎 통증을 악화시키고 각종 고령자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 당질 제한식, 이렇게
당질 제한식은 기본적으로 당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하는 식이요법이다. 음식물에서 열량을 지닌 3대 영양소 가운데 혈당치를 상승시키는 물질은 당질 뿐이다. 음식물 섭취 시 당질을 줄이면 혈당 조절가능이 약한 당뇨병 환자도 혈당 상승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흰 쌀밥이나 빵, 면류 같은 전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식품은 가능한 피하고 당질 섭취를 줄이면 식사 직후에 혈당치가 크게 오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당질 제한식으로 가장 먼저 ‘슈퍼당질제한식’을 소개한다. 하루 세 끼 모두 주식을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당질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열량은 당질이 없는 음식물로 부분 보충한다.
다음은 ‘스탠더드 당질제한식’이다. 저녁은 주식을 먹지 않고 아침이나 점심 중 한 끼만 약간의 주식을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주식을 먹더라도 가볍게 섭취하고 현미나 통밀가루 혹은 도정을 거치지 않은 메밀 같은 미정제 곡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후 고혈당을 피하기 위해선 식후 30분 산책하기가 권장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당치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간단한 운동만으로 혈당치가 60~80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쁘띠 당질제한식’이 있다. 세 끼 중 한 끼만 당질을 제한하는 식사법이다. 기본적으로 저녁 때 주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가벼운 다이어트에 적합하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탄수화물의 경고>를 참고하면 좋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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