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데가 상당히 많이 설치되고 있지만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항문 건강’에 대한 관심과 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항문 건강에 관한 국내 의학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일본의 소화기 내시경 전문의인 아카하네 다쿠야가 쓴 <배변혁명>을 보면 ‘항문 건강’을 지키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관련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배변 습관부터 고쳐야
아카하네 박사는 먼저,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너무 심하게 힘을 주면 자칫 항문이 손상되거나 치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강 내 압력이 상승해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고, 항문의 쿠션 부분인 정맥총에 울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울혈이 생긴 혈관이 팽창하고 항문 밖으로 튀어나와 치핵이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5분 이상 계속 배에 힘을 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배변 시 가능하면 앞으로 숙인 자세가 좋다고도 조언했다. 직장에서 항문으로 가는 배변 통로가 직선으로 열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변이 쉬워진다는 얘기다. 그는 또 배변 시간은 대체로 3분 이내에 끝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변도 많이 참지 말라고 했다. 자주 참을 경우 변이 쌓여 직장을 상하게 하고, 뇌가 배변 시기를 잘못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직장에 변이 쌓이면 수분이 빠져나가 변이 딱딱해지는데, 이럴 때 무리하게 배변을 시도하다 자칫 항문이 찢어져 치열(항문열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변의(便意)’는 느끼지 않는데 직장에 변이 고이는 ‘직장성 변비’는 자칫 다른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매운 음식과 술은 절대 금물
아카하네 박사는 매운 음식도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급적 피할 것을 권고했다. 매운 음식에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점막을 자극하는데, 이것이 장내에서 거의 소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변에 섞여 배설된다는 얘기다. 이 때 점막에 강하고 빈번한 자극이 계속되면 염증이 생기고 치질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알코올도 점막을 자극하는 음식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빨리 먹거나 폭음, 폭식 등 건강하지 않는 식습관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잘못된 식습관은 장에 부담을 주어 변비나 설사의 원인이 되고 치질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유산균이나 식이섬유, 올리고당 같은 식사나 사과, 바나나, 당근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식이섬유를 섭취할 때 불용성 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 비율은 2대 1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수분을 끌어당겨 배변의 부피를 늘려주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 버섯류와 콩류, 곡류, 채소나 해초 등에 많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해조류와 과일, 곡류, 채소 등에 많다. 유익균 증식을 돕고 식후 혈당치를 천천히 상승시켜 주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 했다.
◇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 개선 시급
오래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좌식 생활을 개선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지면서 항문 안쪽에 울혈이 생겨 치질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카하네 박사는 “가능하면 30분에 한 번은 자세를 바꿔주고, 휴식 시간에 가벼운 운동을 해 주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방석’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엉덩이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울혈이나 치질 예방에 좋다고 했다. 이 밖에 젤 쿠션도 치질 예방에 좋다고 권했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엉덩이 청결 유지가 최선이다. 배변 후 제대로 닦지 않아 염증이 생기거나 치질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비데의 올바른 사용이 필수다. 엉덩이 청결을 유지하려면 일단, 배변 후 엉덩이 근육을 조이는 습관이 좋다고 했다. 배변 시 점막이 밖으로 돌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엉덩이를 너무 세게 문지르면 대변이 항문으로 들어가버리므로 휴지를 바싹 대고 부드럽게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비데는 너무 자주 사용할 경우 항문 주변 피부막이 손상되어 가려움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변비 등으로 인해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될 경우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균형 잡힌 규칙적인 식사, 산책이나 스트레칭 같은 적당한 운동을 권했다. 또 39~40도 정도의 약간 미지근한 물로 15분 가량 목욕을 하는 것도 좋으며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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