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부모는 언제부터 돌봄이 필요할까. 많은 자녀들이 부모 돌봄의 ‘적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바람에, 치매나 근력손실 등에 따른 갑작스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돌봄의 온도>로 주목받았던 이은주 요양보호사 겸 작가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을 강조하는 글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려 이를 간단히 요약 소개한다.
◇ 나는 어떤 돌봄을 하는 자식인가
이 작가는 치매에 걸린 친할머니를 10년 넘게 돌보는 ‘시골 청년’이라는 유튜브 라이브에 초대된 경험을 소개했다. 이 유튜버가 저자의 첫 번째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패러디해 ‘작가님은 신들린 요양보호사, 신들린 돌봄’을 하고 있다는 댓글들이 올라온 후 저자는 ‘신들린 요양보호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자신이 과연 ‘신들린’ 요양보호사였을까, 그렇게 불려도 괜찮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를 모시는 입장에서 한 번쯤은 이런 성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단순한 일의 반복과 힘겹고 어려운 일인데, 이런 일을 해내려면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늘 자신을 검열하고, 안전 사고에 대비하며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런 자기 성찰은 ‘내가 어떤 자식인지’ 고민하는 속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저서 속에서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뮤즈’와 ‘제우스’라고 부른 것처럼,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와 아빠였고, 삶의 전쟁터에서 혼신을 다해 살았던 이들이었기에 그런 특별한 명칭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가 그런 별칭을 부른 또 다른 이유는 ‘익명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의사나 교수 같은 좋은 직업임에도 한 달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바쁜 자녀를 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것을 송구하게 여기며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들을 둔 어르신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 아들은 요양원의 다른 여덟 분의 어르신들에게까지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올 때마다 창을 노래하며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 갔다고 한다. 각자의 사정이 다른 자식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싶어 뮤즈나 제우스를 거론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잘나가는 자식이라도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은 부모 입장에서는 쭉쟁이”라고 꼬집었다.
◇ 부모 돌봄의 골든타임 파악해야
작가는 “부모 돌봄에는 특별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신은 하루 종일 아무도 말 한 마디 걸지 않는 세상, 자신의 몸을 누인 좁은 침대 안의 세상, 목이 말라도 누군가 물을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세상 속에서 노년을 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 교육을 받는 것처럼 우리는 서툰 부모 돌봄을 해야 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엔 학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기저귀가 젖으면 울기라도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은 축축한 것도 모르고 누워있다가 욕창에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자주 방문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돌봄 시스템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 것을 각별히 강조했다. 작가 역시 어느 날 엄마의 약통에서 작년 약과 올해의 약이 뒤섞여 언제 무슨 약을 드셨는지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당뇨약을 드시는데 식사를 하시지 않아 저혈당 쇼크가 온 그날, 작가는 ‘엄마의 엄마’가 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날이 자신이 돌봄을 각오한 날이라 기억한다.
자녀들이 부모 돌봄을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지금 바로 부모님을 한 달에 몇 번 찾아 뵐 것인지 스케줄부터 적어 놓고 일하듯이 찾아 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야 부모 돌봄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돌봄에도 중독성이 있다”며 “돌보기 전에는 두렵고 피하고 싶지만, 막상 돌봄에 들어서면 기꺼이 돌볼 수 있는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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