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빨리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완치 가능…건강한 생활습관이 ‘최고 예방책’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전하는 심방세동 예방 및 치료법
박성훈 기자 2025-03-14 10:44:15
부정맥 치료의 명인으로 불리는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빠르고 불규칙하게 떠는 ‘심방세동’은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흔히 말하는 ‘부정맥’ 가운데 가장 흔한 병이다. 그런데 최근 심방세동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기치료 시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빨리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기’가 최선이다. 국내 부정맥 치료의 명인으로 불리는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을 통해 전한 심방세동의 예방법과 치료법을 소개한다.

- 최근 부정맥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부정맥이란 무엇인지, 왜 환자가 느는지 궁금하다.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뛰어 문제가 생기는 심장병이 ‘부정맥’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질병이 ‘심방세동’이다. 맥박이 빨리 뛰어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들은 약물치료와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부정맥 환자들이 접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반, 예전에 심방세동 같은 병은 평생 가지고 살다가 죽는 병이라 여겼다면, 요즘은 치료법이 많아져 단기간 시술만으로도 완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 심방세동은 조기 치료가 필수라고 하던데 왜 그런가.

“요즘 치료 추세는 빨리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자는 쪽이다. 초기 환자들은 시술을 통해 완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으면 방법이 없다. 심방세동의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혈액의 흐름이 불규칙해서 생긴 혈전이 뇌졸중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높다. 전체 뇌졸중의 20%는 심방세동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항응고요법이 크게 발전했고, 시술 장비나 보조장비들이 상당히 좋아져서 시술 시간도 짧아지고 위험도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세브란스가 국내 최초로 시도해 성공한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이 대표적이다.”

- 펄스장 절제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기존에는 심방세동이 생기는 조직을 고주파로 절제하거나, 냉동 열에너지를 이용한 냉각절제술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어 도입한 펄스장 절제술은 펄스장을 이용해 심장에 미세한 천공을 만들어 문제의 심근세포를 사멸시킨다. 주변 조직을 잘 보존할 수 있고, 기존 치료에서 매우 드문 식도손상 같은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많은 경험과 실력을 갖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의료진들은 시술 시간이 20분 내외로 아주 짧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안정성이 인정되었고, 미국은 80%의 심방세동 환자들이 펄스장 절제술을 받는다고 한다. 아직은 고가지만 1-2년 안에 건강보험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심방세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심방세동의 대표적인 원인은 고령, 고혈압이나 심부전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심장판막질환, 그리고 음주와 흡연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꼽을 수 있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70세 이상으로 고혈압이나 심부전, 만성 폐질환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다.”

- 심방세동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피로감, 두근거림,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수면장애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을 경험한다. 연구에 따르면 25-40%의 심방세동 환자들은 무증상 이거나 증상이 거의 없는 반면, 15-30%의 환자들은 매우 심각하거나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증상을 호소한다. 다양한 내과적 질환이 부정맥과 연관될 수 있어서 혈액 검사로 갑상선질환, 빈혈, 전해질 이상, 심장 효소 이상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심방세동은 어느 정도나 위험한 병인가.

“심방세동은 여성의 사망 위험도를 2배 정도 올리며, 남성에서는 1.5배까지 증가시킨다. 심부전과 뇌졸중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20-30%는 심방세동과 연관된다. 뇌 백질의 병변, 인지도 손상, 삶의 질 감소, 우울증이 흔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심방세동으로 인한 의료비가 5.7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전체 입원 의료비의 0.8%가 심방세동과 연관되었다. 10년간 국내 심방세동의 전체 사망률은 30%, 심부전은 52% 감소한 데 반해, 허혈성 뇌졸중은 9%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뇌졸중 예방 치료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발작성 심방세동과 지속성 심방세동이 있다고 들었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7일 이내에 정상 동율동으로 전환되는 형태를 말한다. 지속성 심방세동은 7일 이상 지속되며, 항부정맥제나 전기적 동율동전환술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만 심방세동이 종료되는 경우다. 그 밖에도 장기간의 지속성 심방세동은 진단 당시 이미 1년 이상 심방세동이 지속된 경우이며, 영구적 심방세동은 환자와 주치의가 정상 동율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더 하지 않기로 동의한 경우로 정의한다.”

- 시술 또는 수술 전후 주의할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심방세동으로 심장율동전환을 받는 환자는 뇌졸중 및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경구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서 심방세동이 12시간 이상 지속되는 상황일 경우 위험하다. 항응고치료를 하지 않았던 환자가 심방세동 절제술을 받는다면, 절제술 3-4주 전부터 항응고치료 시작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 당일만 항응고치료를 중단하거나 중단 없이 시술을 시행한다. 심방세동 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에서 절제술에 의한 내막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 후 출혈 위험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경구 항응고제를 투여할 것을 권장한다.”

사진=세브란스병원

- 심방세동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및 동반질환은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예후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금주와 금연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만성질환을 적극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후 개선을 위해서는 위험 인자의 관리도 중요하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고, 금주와 금연 등의 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

- 무증상 심방세동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심방세동은 뇌경색의 강한 위험인자다. 따라서 심방세동으로 진단되면 뇌경색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항응고치료를 시행해 뇌경색을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심방세동은 무증상이어서, 뇌경색 발생 후 뒤늦게 심방세동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무증상 심방세동에 대한 체계적인 선별검사와 적절한 항응고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에 다양한 웨어러블 모니터링 기기와 모바일 헬스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임상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기들이 많아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동율동 심전도만으로도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를 감별하는 연구가 발표돼 심방세동 진단의 중대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 심방세동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고 들었다. 소개해 달라.

“먼저,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치료가 있다. 심방세동이 허혈성 뇌졸중과 전신 색전증의 강력한 위험인자이기에 항응고치료는 필수다. 환자의 기저질환과 뇌졸중 및 출혈 위험도에 따라 결정된다. 뇌졸중과 출혈 위험도는 각각의 위험인자를 종합한 점수제에 따라 결정되고, 항응고제로 비타민K 길항제(VKA)와 NOAC을 적응증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환자에서 항응고치료를 할 때는 기저질환, 저위험군 환자 선별, 고위험군 환자에서 항응고제의 선택, 출혈 위험도 최소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좌심방이 폐색술과 배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 심박수 및 리듬 조절 치료법이라는 것은 어떤 치료법인가.

“심방세동의 주된 치료 전략이다. 심박수를 조절하기 위해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디곡신 또는 이들의 조합을 사용할 수 있다. 심율동 리듬 조절을 위해 전기적 혹은 약 물적 심율동 리듬 전환 치료를 할 수 있다. 항부정맥제로는 프로파페논(propafenone), 플레카이니드(flecainide), 소타롤(sotalol), 아미오다론(amiodarone) 등이 있으며, 환자의 나이와 심방세동 관련 증세, 심방세동의 상태, 환자의 구조적 심질 환 및 기저질환의 여부, 약물의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하면서 선택적으로 급성기에 혹은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은 어떤 때 활용되나.

“심방세동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잘 정립된 치료법이다. 숙련된 시술자가 시행할 경우, 안전하면서도 동율동 유지와 증상 개선 측면에서 항부정맥제보다 우월하다. 만약 장기적 치료로 율동 조절을 선택했다면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과 항부정맥제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 환자와 논의할 것을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고주파 절제 카테터를 이용해 폐정맥 주변에 여러 개의 병변을 만들거나 냉각풍선 같은 단일 샷 절제 장치를 사용해 폐정맥을 전기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는 방법이다. 70% 이상에서 폐정맥 재연결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새로운 카테터 사용으로 재연결률이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막으로, 아직 심방세동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환자나 일부 의사들까지도 심방세동은 그저 나이 들면 생기는 병이라고 치부해 아스피린과 혈압약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 약제나 시술법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분들이나 무시하는 분들이 있다. 5-6년 전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항응고제를 비롯해 뇌졸중 예방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 가운데 실제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15-19%에 불과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이 있는 분들은 나이 들어 그런 거라 생각 마시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서 필요한 치료를 꼭 받으시길 권해 드린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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