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 CEO에게서 배운다] 배터리 글로벌 1위 CATL의 쩡위친(曾毓)

조진래 기자 2023-10-02 06:55:26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기업 CATL의 쩡위친 회장.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 중국의 CATL이다. 삼성과 LG의 그것을 합해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인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다. 하지만 CATL이라는 회사, 그리고 그 창업주인 쩡위친(曾毓) 회장에 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때 마침 중국의 경제지 샹제(商界)가 최근 ‘CATL 쩡위친(曾毓)의 성공 신화’라는 특집기사를 실었고, 이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번역해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쩡위친의 남다른 창업 및 경영 철학을 짚어본다.

◇ 쩡위친은 누구?
푸젠성 닝더(寧德)의 빈민가 출신이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와 남다른 학구열로 천신만고 끝에 1985년 닝더이중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상하이교통대학교에 들어갔다. 의외로 전공은 선박학과였다. 졸업 후 집안을 일으켜야 했던 그는 공공기관을 거쳐 일본계 기업 ‘신커츠덴창(新科磁電廠)에 입사하게 된다. 이곳이 그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된다.
 
하드디스크 헤드를 만드는 신커츠덴창에서 그는 기술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러다 최대 고객이던 IBM이 하드디스크 헤드 청소용 프레온 세정제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쩡위친은 자기 부서 일이 아니었음에도 전 세계적인 친 환경 트렌드를 읽고 프레온의 대안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탈 이온수’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회사 내에서 중국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 필생의 멘토를 구하라
쩡위친에게는 ‘필생의 멘토’ 세 명이 있다. 1994년 신커츠덴창에서 만난 직장 상사 ‘장위제’가 그 중 한 명이다. 미국 노트르담대학 전기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포드와 IBM을 거쳐 신커츠덴창에서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는 아들 뻘 되는 쩡위친의 남다른 도전 정신을 처음으로 눈여겨보고 그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장위제의 대학 동창인 ‘천탕화’가 두 번째 인생 멘토다. 장위제에게서 추천받은 31세의 청년 쩡위친을 총괄직으로 승진시켜 신커츠덴창 창업 이후 최연소이자, 최초의 중국 본토 출신 총괄로 만들어 준 인물이다. 쩡위친을 화남이공대학교에 보내 석사 학위를 취득케 한 것은 CATL 창업의 초석이 되었다.

천탕화가 소개한 ‘천리취안’이 세 번째 인생 멘토다.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의 리튬배터리 소재 분야 연구원이었던 그는 쩡위친 으로 하여금 배터리 부문의 중요한 기술 개선 솔루션을 공부하게 해 주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 그가 채용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어 결국 CATL의 탄생이 가능케 해 주었다.

◇ ‘기술’이 최고 … 남의 기술도 내 것으로 재창조하라
쩡위친은 자신의 멘토인 천탕화, 장위제, 그리고 신커츠덴창의 계열사 SAE의 공동 설립자인 량샤오캉과 함께 ATL(Amperex Technolog yLimited)이라는 배터리 회사를 설립한다. 량샤오캉이 회사 콘셉트와 자금을 맡고, 배터리 기술을 모르는 천탕화와 장위제, 쩡위친은 회사 설립과 배터리 제품 생산을 맡았다.

ATL은 부족한 배터리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당시 가장 앞선 기술이었던 미국 벨 연구소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lithium polymerbattery) 기술 특허를 노렸다. 회사 설립 자금의 40%를 특허 구매 비용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믿었던 이 배터리 기술은 몇 번 충전하고 방전하면 부풀어 오르는 문제가 있었다. 벨 측도 해결 못하는 난제 앞에서 회사는 곧 문을 닫아야 할 운명이었다.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배터리 문제에 문외한이었으나 세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결국 폴리머 리튬 배터리의 끓는 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는 2002년 배터리 팽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 이후 2년 반 만에 ATL 제품은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도 유치한다.

하지만 시장 경쟁은 녹록치 않았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은 도쿄전기화학(TDK)에 회사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잃게 된다. 쩡위친의 와신상담 시절이 시작된다.

◇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
TDK에 인수된 ATL은 때 마침 휴대폰 시장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된다. 공장 추가 건설이 시급한 상황에서 쩡위친은 고향인 닝더시를 공장 부지 후보로 적극 밀어 붙였다. 결국 2008년 3월에 닝더신넝위엔커지(寧德新能源科技有限公司)가 세워짐으로써 닝더시는 과거의 빈민촌에서 산업과 경제도시로 탈바꿈할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당시 40세이던 그는 이후 10년 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여 ATL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추진한다. 특히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소비재 배터리 보다 동력 배터리 분야에 승부를 걸기로 한다. 전용 동력 배터리 R&D 부서를 설치해 기반을 다진 후 2011년에 ‘닝더스다이신넝위엔’(닝더스다이, CATL)을 세운다. 그리고 드디어 쩡위친은 회장에 오른다.
 
완전한 ‘닝더의 왕’이 되길 원했던 그였지만 당장 ‘생존’부터 보장 받아야 했다. 배터리 수요처인 BMW가 첫 목표였다. ‘즈눠(之諾)1E’라는 전기차를 준비 중인 BMW를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스트 센터를 설립하는 등 ‘올인’을 했다. ‘BMW가 만족하는 배터리’라는 목표는 그에게 사활이 걸린 생존 프로젝트였다.
 
때 마침 2015년 3월에 정부가 ‘자동차 동력 축전지 산업 규범 조건’을 만들어 ‘신 에너지 자동차로 보조금을 받으려면 ’화이트리스트 기업‘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화이트 리스트에 들어간 덕분에 CATL은 중국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BYD까지 제치고 세계 동력 배터리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급부상하게 된다.

◇ 정부 정책의 등에 올라타라
BYD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긴 수명과 함께 저렴한 비용에 자연 발화가 적어 장점이 많았다. 하지만 저온에 약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에 CATL의 삼원계 리튬 배터리는 저온에 강하고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수명과 안전성이 못 미쳤다. 비용 경쟁력 면에서도 뒤쳐졌다. 

그런데 2017년에 중국 정부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모델에 대해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에너지 밀도가 약한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된 반면 CATL은 급성장한다. 2017년 CATL의 매출은 200억 위안에 육박했고, 순이익은 43억 위안에 달했다. 

여세를 몰아 CATL은 2018년 6월에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게 된다. 시가총액이 최고 1조 6000억 위안까지 오르면서 CATL은 파나소닉과 BYD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쩡위친이 나이 50에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제왕이 된 것이다.

◇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결해 줘라
CATL의 폭발적 성장에 중국 정부가 큰 배경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정부 혜택이 사라진 후에도 CATL은 무너지지 않았다. 호황일 때 쩡위친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돼지가 정말 날 수 있을까? 태풍이 사라지자 돼지가 떨어지는 건 왜일까?’라는 메일을 통해 모두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내부 단속을 했다.

스스로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전체 산업의 공급망을 예측해 CATL가 재생 에너지, 에너지 저장, 동력 배터리 등 3대 사업을 핵심으로 하도록 사업구조를 바꿨다. 무인 광산, 전기 대형 트럭, 전기 선박 등 전동화와 스마트화를 핵심으로 하는 응용 사업이 추진되었다. 덕분에 2019년 6월 화이트리스트가 공식 취소한 후에도 CATL은 오히려 더 사세를 확장하게 된다.
쩡위친 회장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

무엇보다 그는 자동차 기업들과의 관계 유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 꾸준한 기술개발이 최대 무기였다. ‘비용 통제의 달인’이자 취대 고객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쉼 없이 그에게 “더 저렴한 리튬 배터리는 없나” 하고 주문하는 것도 언제든 쩡위친이 그 해법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쩡위친은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늘려 357억 위안이나 썼다. 이런 역 발상의 경영 덕분에 CATL의 대표 제품 ‘치린배터리’는 배터리 집적도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전체 차량 주행 거리를 1000 km 이상으로 늘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 사업은 확장하되 리스크는 최소화하라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무한의 서비스 공급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그는 리스크 헷징에 관한 한 양보가 없다. 생산 라인을 더 깔기 위한 투자는 기꺼이 부담하겠지만, 생산량 변동을 일정 비율 이내로 약속할 것을 요구한다. 과잉 재고 위험까지 감수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리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부담하라는 얘기다. ‘저 위험 ’ 중심의 사업 확장이 그의 경영의 핵심이다.

그는 산업사슬 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으려 하지만, 제조 한계비용을 절감해 생산능력 확장에 대한 리스크를 희석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전체 산업사슬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이 그의 흔들림 없는 경영 원칙이다.

삼원계 리튬 배터리라는 확실한 정답조차도 그것이 영원히 CATL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삼원계와 철 리튬 전체 산업을 모두 관리한다. 덕분에 CATL은 리튬 이온 배터리와 호환되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이어 최근에는 응축 물질 배터리까지 선을 보일 수 있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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