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하루 1만 보 이하라도 더 빨리 많이 걸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줄여줘"
2025-08-11

의학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있다. 위급한 환자들과 그들을 응급처치하는 의료진들의 사투가 벌어지는 ‘응급실’이다. 이곳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소속이다. 정현수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 8월호에 응급실 현장의 분위기와 의사들의 일상, 응급의학 관련 궁금증을 소상하게 풀어주는 인터뷰가 실려 눈길을 끈다. 정현수 교수는 “환자의 안전과 현장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의료시뮬레이션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 소개한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일상은 어떤 지 궁금하다.
“응급진료는 환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징후나 증상만 보고 진단을 추론해야 한다. 가장 먼저 환자가 응급인지 아닌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응급이라면 환자를 안정화시켜 한다. 혈압과 맥박, 호흡, 체온, 의식 상태, 통증 등이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그것부터 정상화시키는 응급처치를 한다. 현재 증상이 환자를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질환 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슴통증은 대부분 근육통이나 위장 문제에서 비롯되지만, 응급실에서는 심근경색이 아닌지부터 의심하는 것이다.”
-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미국 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그 장비 사용법은 물론이고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이란 의료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심정지나 과다출혈, 출산과 난산, 수술 등의 다양한 상황을 모두 똑같이 재현한 상황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현장에서 실수나 잘못된 판단을 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교육을 하면 그것을 통해 문제를 예방하고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것은 곧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 응급의료전달체계에 관해 설명해 달라.
“응급상황에서 환자가 신속하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조직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바로 응급의료전달체계다.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119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며, 응급실로 사전 연락을 한 후 가장 적합한 응급실로 신속하게 이송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료진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응급처치를 수행한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진료과로 협진을 요청해 추가 치료를 받도록 한다. 이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치료가 지연되고,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응급실에서는 시간이 곧 생명일 것 같다. 골든 타임을 사수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응급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심한 경우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응급상황 발생부터 병원 도착,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실로 구성된 단계별 응급의료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단시간 내에 평가하고, 긴급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치료를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KTAS(Korean Triage Acuity Scale), 즉 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를 통해 응급 증상의 심각성을 평가하고 있다. 자원이 제한된 응급실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이다.”

- 응급의료 종사자들은 어떤 각오로 일하고 있나.
“실제처럼 훈련하고, 실전처럼 대응한다. 복잡하면서도 신속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정확한 판단과 처치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지속적으로 임상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의료현장에서는 실수 하나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훈련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 반복 훈련을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것이 바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이다.”
- 구체적으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실제 임상 상황과 매우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의료진이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진도 고성능 마네킹이나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쌓는다. 심장이 멈춘 환자를 어떻게 살릴지,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환자를 어떻게 신속하게 처치할지 등을 미리 연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실제 응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쌓을 수 있고, 자신감과 임상적 판단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 의료진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은 크게 세 가지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 먼저, 운동기능이다. 실제 손으로 처치를 수행하는 능력으로, 심폐소생술(CPR)과 응급 술기, 수술, 약물 투여 같은 절차 수행 능력이다. 둘째, 인지적 능력으로, 다양한 환자 상태를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최선의 치료 결정을 내리는 사고능력이다. 상황 판단력과 임상 추론력, 우선순위 설정 등으로 구성되며 특히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응급상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셋째, 정서적 능력이다. 스트레스나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능력이다. 이 세 가지 역량이 조화롭게 발달할 때, 의료진은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환자 생존율 또한 크게 향상된다.”
-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기관과 병원에서는 전담 인력 양성과 전문가 육성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교육을 수행하기 위한 환경과 장비도 준비해야 한다. 환자를 대체할 고성능의 마네킹, 의료장비, 전용 교육 공간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 시스템 통합도 필요하다. 단발성 교육이 아니라, 기관 차원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의료진과 의료 종사자들이 일상 직무로 교육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실제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은 의료진은 진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또 교육받은 인원이 늘어날수록 팀워크와 조직문화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할 것 같다.
“의료 시뮬레이션은 응급진료뿐 아니라 의료 전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환자안전 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에 대한 공감, 동료와의 협력, 지속적 피드백을 통해 의료현장에 필요한 팀워크와 의사소통능력도 함께 길러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료현장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따라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의료진 뿐만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의료기관, 정부와 지자체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 세브란스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세브란스는 2017년에 기존의 2배 이상을 확장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감염환자와 일반 환자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가변식 격벽 시스템’과 순환공조방식을 도입했었다. 코로나19 때 아주 잘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수년 전 본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평소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훈련한 대로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여 별 피해가 없었다. 응급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의료진이 모두 모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디브리핑’ 과정을 거쳐 실수를 바로잡아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 응급상황에서는 단 몇 분이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어, 의료진의 신속 정확한 판단과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응급현장을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은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핵심 열쇠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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