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내년 건보료로 또 동결? … 5월 시작하는 수가 협상에 촉각 

박성훈 기자 2024-04-30 09:22:12

건강보험료율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동결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선 인상 가능성이 좀더 높은 것으로 점쳐지지만, 최근 장기화하는 경기 불안에 서민 및 자영업자들의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이라 향후 정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 건보공단, 5월부터 수가 협상 돌입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5월에 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 의약 단체들과 2025년도 수가(酬價) 협상을 시작한다. 수가는 의약 단체가 제공한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지불하는데, 건보공단이 가입자인 국민을 대표해 매년 5월 말까지 의료 공급자단체와 의료·요양 서비스 비용의 적정 지급수준을 놓고 가격협상을 벌인다.

수가는 건보공단이 가입자에게서 거둔 건강보험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요양 급여비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지에 따라 내년도 건강보험료의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올해의 경우 평균 인상률은 1.98%였다. 동네 의원이 1.6%, 병원 1.9%, 치과 3.2%, 한의 3.6%, 약국 1.7%, 조산원 4.5%, 보건기관(보건소) 2.7% 가 인상된 바 있다. 

올해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면 수가 계약은 5월 31일 이전에 체결되고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종 고시하게 된다. 만일 협상이 결렬되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서비스 공급자, 정부 대표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6월 말까지 유형별 수가를 정하게 된다.

◇ 올해 동결했던 건강보험료율, 내년에는?
올해 협상에서 내년 수가 인상이 결정되면 내년도 건강보험료율도 오를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2017년 이후 7년 만에 건보료율이 7.09%로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비교적 안정적인데다 물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운 국민경제 여건을 고려해 건보료율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건보당국은 앞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건보료율은 1.49%, 수가는 1.98%씩 올리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이 그 근거다. 이런 인상률을 반영할 경우, 2025년부터 보험료 수입의 14.4%가 정부지원금으로 들어온다는 가정 아래 향후 5년의 건보재정을 추산해 운영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복지부 추산으로는 2025년의 경우 보험료와 국고지원 등 건강보험 총수입은 104조 5611억 원, 총 지출은 104조 978억 원으로 모두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내년 건보료율은 2% 안팎 수준으로 예상이 된다.

문제는 지난해 이 맘 때와 비교해 우리 경제 사정이나 국민들의 삶이 그다지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도 혹시 건보료율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런 경제적 변수들을 십분 반영해 건보료율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어떤 변수들 있나
복지부 안팎에서는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변수들이 존재해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다음은, 가파른 고령화에 따라 노인 질환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만성질환자가 늘면 늘수록 정부의 의료비 지원 부담이 커져, 건보료율이나 수가 수준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다. 정부가 의사단체들을 달래기 위해 수가 상향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어, 정부가 당초 잡아 놓은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부분 수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료계 안팎에서는 내년 건보료율도 동결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도 크지만, 결국 최소한의 인상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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