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여야 합의… 기금 재원 강화 등 추가 구조 개혁까지 과제 산적

이의현 기자 2025-03-20 14:35:21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여야가 극적으로 연금개혁안에 합의함으로써 무려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27년 만에 오르고, 연금액은 소득의 40% 수준에서 43%로 높아지게 됐다. ‘더 내고 더 받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연금개혁안은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에서 정치권이 어렵게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하다. 이번 합의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9년 가량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어떻게 연금개혁 성사됐나

연금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조치는 지난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노태우 정부 때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은 70%로 출범한 이후 김대중 정부가 1998년에 10년 만에 현실성을 높여 메스를 가했다. 보험료율을 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60%로 낮추었다. 수급개시 연령도 당초의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상향키로 방향을 잡았다.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로 한정됐던 가입 대상도 이 때 처음으로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이 마련됐다. 기초노령연금이 함께 도입되었고, 출산과 군 복무 기간 등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 도입도 이 때 이뤄졌다. 이후 현재까지 17년 동안 3차 개혁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으나 정치권 합의가 매 번 불발되며 연금개혁 논의는 공전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속화하는 저출산·고령화 바람 속에 더 이상 연금개혁을 늦춰선 연금 고갈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지면서 지난해 9월 정부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2%,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놓아 논의의 불을 다시 지폈다. 진통 끝에 나온 정부 단일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계엄사태까지 전개되면서 이번에도 물 건너가나 싶었지만 결국 극적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 더 내고 더 받는 새 연금개혁안

이번 개혁안에 따라 연금 보험료율은 현재의 9%에서 13%로 높아진다. 연도별로 조금 씩 올라가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오른다. 13% 요율이 되면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은 월 309만 원 직장인 기준 월 보험료가 27만 8000원에서 40만 2000원으로 12만 4000원 정도 올라간다. 실제 가입자가 내는 돈은 6만 원가량 오르는 셈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09만 원 월급의 직장인이 내년 신규 가입해 4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총 1억 8762만 원을 내게 되어 현행대로 유지될 때 보다 5413만 원이 더 많아진다. 반면 은퇴 후 첫 연금액은 133만 원으로 지금보다 약 9만 원이 많아진다. 25년 동인 받는다고 하면 총수급액은 3억 1489만으로 2170만 원이 늘어난다. 결국 내는 돈은 평생 5000여 만원, 받는 돈은 2000여 만원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 기금 적자전환 시기 7년, 기금 소진은 9년 늦춰져

2023년 1월에 발표된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 완전 소진된다. 이번 조치로 보험료율이 13%까지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이 43%로 높아지면,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으로 늦춰지고 기금 소진연도는 2064년이 된다.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각각 7년, 9년 늦춰지는 것이다.

당연히 이 정도로 기금 적자 전환 및 소진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연금개혁이라 평가하긴 어렵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연금개혁안 발표 때 약속했던 대로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여갈 수 있다면 그 시기는 조금 더 늦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당시 정부는 목표 수익률을 5.5%로 기존보다 1%포인트 높이겠다는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언제가 되더라도 기금이 소진되면 매년 거둬들인 보험료만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줘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은 현행대로라면 2078년 35%지만 이번 개혁안에 따를 경우에도 37.5%로 더 높아져 국민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추가적인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 주목되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

여야는 이번 개혁안 합의를 계기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정안정화 조치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첫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정부가 재정안정화 조치로 꺼내든 자동안정화장치를 놓고 이견이 여전한데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구조개혁이 전체 연금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인 만큼,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직역연금, 개인연금까지 다층적 소득보장체계 안에서 논의가 필요한데 현재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문제부터 이견이 노정되고 있어 첫 단추를 꿰기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 중이라며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최소한 낸 만큼은 받을 수 있다며 연금 수령액 감소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라고 부르면서 맞서는 양상이다.

여야 간에도 이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막판까지 이견이 있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에 재정 안정을 위해 가임자들이 돈을 더 내거나 받는 돈을 낮춰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실 가입자 입장에서도 이번 개혁안 보다 ‘더 내고 덜 받을’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연금개혁특위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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