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소득대체율 43% 합의에 국민연금 개혁 급 물살 … 정치환경 변해도 '중단 없는 개혁' 담보 돼야 

박성훈 기자 2025-03-14 21:20:06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공전을 거듭하던 국민연금 개혁이 급 물살을 타게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정부·여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3% 방침을 수용함에 따라 곧 정부·여당과 야당 간 연금개혁특위 구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민연금 개혁 작업이 이뤄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로 18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에 속도가 붙겠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데다 연금 부담이 늘어나는 국민들의 ‘연금 저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여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3% 인상 잠정 합의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데는 이미 공감대를 이뤄왔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소득대체율 수준을 놓고, 43%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45%를 고수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전 상태가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이른바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 자체가 올 스톱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야당의 양보로 여야 합의가 이뤄짐에 해결됨에 따라 앞으로 특위를 거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이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 전환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7년, 소진 시점은 9년 각각 늦춰져 당장의 위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소득대체율 잠정 합의 소식에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야당이 제시한 몇 가지 전제 조건에 대해서도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내건 전제 조건은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 가지다. 

국민의 힘도 당장 이들 전제 조건에 동의한다는 의사는 표시하지 않았으나 이미 여야 연급개혁 논의 과정에서 제시되었던 안건들이기에 연금개혁특위에서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도 “조속히 연금특위가 설치되면, 특위에서 자동조정장치 문제를 핵심 의제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확정되면?

정부·여당과 야당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빠르면 다음주부터 특위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곧 국민연금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애 정해진 13%·43% 룰을 기반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실현되면, 소득대체율 변화는 2007년 50%에서 현행 수준으로 낮춘 2차 개혁 이후 18년 만, 보험료율 인상은 1998년 6%에서 9%로 인상된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이다.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올해는 41.5%다. 지난 2023년 1월 발표된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 완전히 소진될 운명이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일 경우에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 기금 소진연도는 2064년으로 각각 7년, 9년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금 소진 후 그해 거둬들인 보험료만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현행대로라면 2078년 35%,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개혁 이후엔 37.5%로 다소 높아진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 309만 원의 평균 소득 수준의 2026년 신규 가입자가 40년을 가입한 후 총 25년간 국민연금을 수급할 경우 ‘13%·43% 개혁’ 이후 내야 할 총 보험료는 현재 가치로 1억 8762만 원이다. 현행 9%·40% 때의 총 보험료는 1억 3349만 원이니 내야 할 돈은 적지 않게 늘 수 밖에 없다.

수급 첫해 연금액은 현행대로라면 월 123만 7000원, 개혁 이후에는 136만 원으로 13만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5년 동언 총 수급 연금액은 현행대로라면 2억 9319만 원이지만 개혁 후에는 3억 1489만 원이 된다. 결국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체제에서는 내야 하는 돈은 총 5413만 원, 받는 돈은 2170만 원이 각각 늘어나게 된다.

◇ 연금개혁특위, 정치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된 결론 내야

여야가 어렵게 합의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려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계엄 정국 아래서 야당이 조기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 고려에 따라 43% 안에 동의했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이번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자동조정장치를 놓고 아직도 이견이 많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자동조정장치는 지난해 9월 복지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것으로, 인구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다. 야당의 지지 세력인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이를 사실상 연금 수급액을 낮추는 ‘자동삭감장치’라고 비판하고 있어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민들의 ‘연금 저항’ 가능성이다. 소득대체율 합의는 어렵게 이뤄졌으나 어찌 되었든 더 많이 내는 연금 개혁이 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대수명은 느는데 연금가입자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젊은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고갈 시기를 어느 정도는 늦췄으나 지속적인 연금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개혁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단 없는’ 개혁이 담보되지 못할 경우 또 수년 후에 같은 갈등과 반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몇 년에 걸쳐 소득대체율을 43%까지 올릴 것인지도 특위에서 확실히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