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여야 합의… 기금 재원 강화 등 추가 구조 개혁까지 과제 산적
2025-03-20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 및 경제단체들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며 대통령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가 이뤄진 후라도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기업 현실에 맞는 절충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평이 많다.
◇ 최대 쟁점은 ‘이사 의무 확대’ … “과연 최선인가”
야당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최대 쟁점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다.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자칫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배임죄 형사고발 등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한다. 2019년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공격한 것처럼, 외국계 헤지 펀드들이 제도를 악용해 부당하게 경영권 공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걱정한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도 문제다. 재계는 대주주가 아닌 투기자본이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3년에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이 SK㈜를 상대로 의결권 공격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이나 경제단체들은 그 동안 재계가 이러 우려를 수차례 국회, 특히 야당에 알리며 철화를 호소했음에도 야당이 기업들의 의견이 묵살하고 원안대로 밀어붙인데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들이다. 가뜩이나 장기 불황에 글로벌 무역전쟁이 예고되며 기업이 길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기업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 경제단체들, 정부에 재의요구권 행사 강력 촉구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제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만 치중하게 되면서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 성장 의지가 꺾이게 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기업들이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거 외부 기업사냥꾼의 공격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못박았다. 또 상법이 개정되어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이 이어질 것이며, 결국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에 차질이 빚어져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행동주의펀드들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개입하면서 단기이익 위주의 경영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은 우리 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모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대기업뿐 아니라 소송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경영활동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서 강조하는 지배구조 개선, 소수주주 권익 보호 등은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정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실효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총과 한경협과 함께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이해 상충 문제를 야기해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법무 전담 조직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글로벌 기관과 펀드의 경영 간섭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견기업연합회도 “악화한 상법에 근거한 소송 남발, 경영권 위협 확대가 개별 기업의 가치를 저하하는 것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해 국가 경제의 위상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도 “재의요구권 행사” … 기업 우려 반영해 합리적 절충안 찾아야
당장 여당이 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여당의 거부권 요구 움직임에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밝혀 정부와 여당 간에도 이견 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할 뜻임을 거듭 밝혔다.
여당이 재의요구권 발동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가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이 가진 위헌적 요소나 반 기업에 준하는 내용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정부 내 분위기도 거부권 행사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거부권이 행될 경우 다음은 야당에서 다시 문구를 부분 수정해서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재추진할 것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여야가 기업들과 함께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고 재논의할 자리를 만들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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