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고? ... 조기 진단과 전문치료 필수!

‘3cm 절개선 수술’ 남기현 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가 전하는 갑상선암 예방 및 치료법
박성훈 기자 2025-05-17 10:16:36
남기현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은 대부분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착한 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종류에 따라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아 신속한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전문의의 세심한 치료가 필수다. 

남기현 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환자의 목 주름에 3cm 절개선을 넣고 갑상선암을 제거하는 수술로 유명하다. 성공적인 암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 흔적도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최고다. 남기현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을 통해 전한 예방 및 치료법을 일문일답식으로 요약 소개한다.

- 갑상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 갑상선 종양은 상당히 흔한 질환이라고 들었다. 우려할 만한 질환은 아니라는 뜻인가.

“일반 성인의 20~40%에서 발견될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다행히 95% 가량이 단순 혹이다. 이런 양성 종양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아 수술까지는 필요 없고, 대부분 주기적 검진으로 족하다. 다만, 양성이라도 종양이 4cm 이상으로 커서 기도나 식도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 자칫 호흡곤란 등 일상에 불편을 야기하거나 미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 갑상선암은 수년째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 암인데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암 덩어리가 상당히 커져서 기도나 성대신경 등 주변을 침범하는 3~4기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난다. 다행히 초음파검사만으로도 갑상선 종양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은 쉬운 편이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목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 증상이 나타난 뒤에 발견하는 사례도 드물게 있다.”

- 갑상선암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방사능의 영향 정도다. 김이나 다시마, 미역 같은 해조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갑상선 유두암의 발병률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5~6%는 갑상선암이 잘 발생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90%가 여성이라, 여성호르몬이 갑상선 종양을 자라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 갑상선암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나.

“갑상선암은 암세포의 종류와 분화도에 따라 분화암과 수질암, 미분화암으로 나뉜다. 분화암은 다시 유두암과 여포암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약 95%가 유두암이다. 대부분 수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암의 진행 정도와 위치에 따라 갑상선의 반절제와 전절제로 수술방법이 달라진다.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면 갑상선 주변 림프절을 제거하는 림프절 청소술이 필요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 수술 후 후속 치료는 어떤가.

“암이 많이 진행되어 원격 전이가 있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에게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동위원소가 들어 있는 요오드를 섭취하는 치료가 추가될 수 있다. 갑상선이 요오드를 흡착하는 특징을 활용해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다. 이런 표준치료를 받을 경우에 갑상선 분화암의 5년 생존율은 90%가 넘는다.”

- 흔치 않은 여포암은 전이가 잘 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약 3%를 차지하는 여포암은 유두암에 비해 공격적인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유두암이 주로 목 주변의 림프절에 전이되는 반면에 여포암은 혈액을 타고 폐, 간, 뇌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두암에 비해 생존율이 5~10% 정도 떨어진다.”

- 여포암은 어떻게 확진하나.

“세침흡인검사로는 진단이 불가능하고, 여포성 종양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 확진을 위해서는 수술로 종양을 적출한 다음 종양 전체를 얇게 저며서 현미경으로 종양의 피막, 혈관 침범 등을 모두 관찰해야 한다. 확진되는 경우는 전체 여포성 종양의 30% 수준이지만, 원격 전이가 잘 되는 공격적 특징 때문에 확진 및 치료 목적으로 갑상선절제를 시행한다.”

- 아주 드물게 유전성 수질암도 생긴다고 들었다.

“수질암은 갑상선의 C세포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갑 상선암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수질암은 특히 수술 5년, 10년 후에도 재발할 수 있는데다 재발 시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의 전이가 동반되어 위험이다. 그래서 평균 10년 생존율이 70% 수준에 그친다. 즉시 갑상선 전절제를 시행해 재발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 여포암이나 유두암 같은 분화암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분화도가 떨어지면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바뀌는 경우가 아주 드문 비율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종양이 갑자기 커지면서 주변 기관을 침범하고, 수술해도 곧바로 재발할 수 있다. 항암제로는 잘 치료되지 않아 진단 6개월 안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암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암이다. 주로 20~40대 여성 환자가 많은 다른 갑상선암과 달리, 고령에서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해선 안될 것 같다.

“그렇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좋은 유두암이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수질암이나 미분화암처럼 예후가 나쁜 암도 있기 때문에 수술을 무작정 미뤄서는 안 된다. 갑상선암 진단 후 당장 수술하지 않겠다면 암의 종류를 정확하게 진단해두고,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를 통해 암의 진행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다가 암이 커지는 징후가 보이면 전문가와 상의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 갑상선암 수술은 흉터가 남지 않나.

“경부를 절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에 흉터가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연세암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는 겨드랑이를 통해 로봇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단일공 로봇은 직경 2.7cm의 가느다란 로봇팔 안에 여러 수술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서 겨드랑이 주름을 따라 약 3cm만 절개하고 암을 제거할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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