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신간] 김영준

3대가 함께 둘러볼 만한 미지의 세계... 그 역사적 환경적 가치를 되새기며 신박한 생태계를 탐문한다
조진래 기자 2025-06-20 08:02:24
 
DMZ(비무장지대)는 6.25 전쟁 이후 70년 동안 일반의 접근이 불허된 ‘갇혀 있는’ 곳이다. 덕분에 이곳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보지 못할 천혜의 환경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최근 들어 DMZ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생태조사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여러 관광상품까지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역사와 생태의 비밀을 깊이 간직한 공간이다. 한 때 분단과 단절의 우울한 상징과도 같았던 이곳이 지금은 ‘보전’의 대상이자 ‘다시 보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DMZ와 접경지역은 여전히 낙후되어 문명의 혜택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곳이다. 일반인들은 이곳을 여전히 남북 대치 속 불안함이 상존하는 특수 지역, 군 주둔 부대가 상주하면서 온갖 군사규제와 환경 규제 등으로 개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곳, 그래서 늘 우리와는 상관없이 동 떨어진 곳이라는 인식이 깊다. 동족상잔의 비극 끝에 휴전이 만들어 낸 완충 공간이자 상태의 보고인 이곳의 진정한 역사적, 환경적 가치와 절경의 풍광을 이제는 우리 일반 국민들도 알아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방송 기자다. DMZ와 접경지역을 10년 넘게 발로 뛰며 취재해 왔다. 그는 이곳이 우리 한국사에서 굴곡 많은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이곳의 사회적, 생태적 가치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DMZ의 생태와 역사, 그리고 그 주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험하고 스스로 감상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DMZ와 접경지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그리고 도약하는 한반도의 가치와 DMZ와 접경지역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큰 이들 지역의 관광지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마치 직접 답사를 떠나는 흥분을 느끼게 해 준다. DMZ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소개하고, 이 소중한 환경 자원을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해 미래 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인지 생각케 해 준다. 특히 기자답게 구체적인 사례와 그 실질적인 해결책도 함께 모색한다.

‘DMZ 아래 첫 동네’라는 접경지에 관한 정보도 풍성하다. 일반이 잘 알지 못하는 지역 정보와 함께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조금 씩 다양하게 변화해 가는 모습들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특히 아직 자연 그대로 보호되고 있는 천연의 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풍성하게 알려준다. 이미 알려진 유명 관광지 외에도 전혀 뜻밖의 지역을 알려주며, 그 곳이 가진 특징과 역사적·문화적 의미까지 소상하게 전해 준다. 강원도와 경기·인천 접경지역의 다른 점 등 일반은 느끼지 못할 미세한 차이까지도 일러준다.

이 책은 동해 끝 강원도 고성군에서 서해 끝 서해 5도와 NLL(북방한계선)까지 다양한 역사문화 답사길을 소개한다. 지도와 사진이 충실히 곁들여져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DMZ 내 서식하는 멸종 위기 동물 등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 우리가 이곳을 어떻게 더 잘 보존하고 가꿔가야 할 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대왕산 용늪,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DMZ 평화의 길 등 ‘접경지 친환경 답사지’들도 따로 챙겨준다. 강원도 인제군 38표지석과 민통선 안의 무수한 지뢰밭 이야기에 이르면 분단의 아픔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저자는 “DMZ는 ‘잊혀진 땅’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소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애정이 듬뿍 담긴 글과 사진이기에 감동이 더하다. 단순한 관광 소개 책자가 아니라 ‘통일’에 대한 거대담론까지 담았다는 것은 기자로서의 사명감에서 일 것이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DMZ와 접경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일독해 보고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직접 현장을 탐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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