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며 점점 나빠지는 시력…노안(老眼)에 근시(近視), 실명(失明) 위험까지

안과 전문의들이 전하는 ‘더 젊은 눈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하는 방법’
박성훈 기자 2025-08-24 20:08:41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눈은 몸의 창’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 곳곳의 이상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눈’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눈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얼마나 건강하게 잘 유지하느냐가 곧 노후 전반의 건강을 담보하는 기본이 된다. 점점 나빠지는 시력과 안 질환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안과 전문의들이 전하는 ‘건강한 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눈’을 보면 우리 몸 상태를 알 수 있다?

안과 의사들은 “몸이 안 좋아지면 눈에서 바로 티가 난다”고 말한다. 눈에 있는 망막을 보면 그 사람이 현재 갖고 있는 질환의 단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망막에는 혈관이 있는데 그 혈관의 미묘한 변화를 잘 관찰해 보면 우리 건강 상태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당뇨병이 가장 대표적이다. 고혈당으로 혈관벽에 지방이 쌓이면 혈관이 망가져 그 징후가 우리 눈 속의 혈관에 나타난다. 수분이 배출되지 않아 시계가 뿌옇게 흐려진다. 당뇨가 오면 일반적으로 백내장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밖에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가 와도 눈 속의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에는 심장질환 여부도 눈 관찰에서 알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망막 영상을 인공지능이 판독해 심장질환 여부를 알아내는 연구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급사 위험이 큰 ‘대동맥박리’까지 발견해 내는 수준이다. 망막은 물론 수정체와 각막, 홍채 등의 변화를 보면 그 사람의 대강의 몸 상태를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김성수 세브란스 안과 교수는 “최근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시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이 시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이럴 때는 시력 치료보다 우울증 치료가 우선되기도 한다. 심장이 좋지 않으면 눈 상태도 상당히 안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 근시 제 때 관리 못하면 실명 위험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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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근시(近視)를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고 말한다. 근시를 단순한 눈 질환으로 보았다가는 다양한 안 질환에 걸리는 것은 물론 심하면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근시는 ‘실명’의 심각한 위험인자”라고 까지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 가량이 실명 위험이 있는 퇴행성 근시에 해당한다고 한다. 요즘은 중년까지도 라섹이나 라식 수술이 가능하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근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탁한 실내에서의 장기간 생활에 디지털 기기 노출까지 늘면서 최근에는 디옵터 7 이상의 ‘고도근시’도 크게 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문제는 고도근시 환자는 정상인 보다 백내장 발생이 5~8배, 녹내장 발생 위험은 2~3배 높다는 사실이다. 실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망막박리’도 고도근시에서 5~6배 정도 높으며 특히 고령에 이를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고도근시 가운데 시신경과 황반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후포도종’이 동반해 나타나면, 녹내장과 황반 손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살명 위험이 더 커진다. 더욱이 아직 근시에 따른 시력 상실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는 근시성 황반하 신생혈관 치료나 근시 견인성 황반질환에 대한 수술치료 정도가 그나마 급격한 시력 상실을 막아줄 방법으로 평가된다.

◇ 나한테도 벌써 노안(老眼)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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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10가지 항목 가운데 자신이 해당되는 것이 얼마나 되는 지 체크해 보자. 스포츠의학 전문가이자 운동과학 박사인 홍정기 차의과대학교 대학원 원장이 신간 <저속노안>을 통해 소개한 노안 여부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다. 

1. 책이나 휴대폰을 볼 때, 팔을 멀리 뻗어야 잘 보인다
2. 밝은 곳에서만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3. 작은 글자를 읽으면 눈이 쉽게 피로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4. 눈이 침침하거나 흐릿하게 보일 때가 있다
5. 작업 중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6. 눈의 건조함 또는 이물감이 자주 느껴진다
7.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거나 돋보기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
8. 저녁이나 야간에는 시야가 더 흐릿하다
9. 스마트 폰 글꼴 크기를 자주 키우게 된다
10.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초점 전환속도가 느리다  

해당 사항이 0~2개면 아직은 눈 관리가 양호한 상태다. 노안이 오지 않은 단계다. 눈의 피로만 쌓이지 않게 신경 쓴다면 건강한 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3~5면 초기 초안 의심 단계로,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눈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 있는지 점검해 보자. 6개 이상이면 확실한 경고 등이 켜진 상태다. 노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 단계다. 빠른 시일내에 안과 검진이 필수다.

◇ 점점 빨라지는 노안 연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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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老眼)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근시나 원시, 난시 등과 달리 ‘노안’은 가까운 거리에도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는 3040 세대에게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노안이 오는 속도를 확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눈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 충분한 휴식과 수면, 주기적인 눈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 등이 ‘저속 노안’의 핵심이다. 

최근에 노안 치료제로 ‘루테인’이 많이 추천되고 있다. 황반변성 등 특정 안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이나, 자외선 혹은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광고에서처럼 루테인이 노안을 완전히 막거나 시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는 없다. 그보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건강 실천이 중요하다.

라식 수술 역시 노안을 고칠 수는 없다. 라식을 했다고 수정체의 탄력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은 오히려 “너무 젊은 나이에 라식 수술을 했다가 40대 후반이나 50대에 노안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다시 안경을 착용할 수도 있다”면서 “라식이나 라섹 등을 통해 현재의 굴절 이상 문제를 교정해두면 나중에 노안이 왔을 때 돋보기와 같은 시력 보정 방법을 보다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눈 건강을 지키려면 눈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생활습관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적절한 휴식과 ‘20-20-20룰’을 추천했다. 20분마다 20초씩, 약 6m(20피트) 정도 떨어진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이다. 한 시간당 5분 이상은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쉬라는 얘기다. 작업 중이라도 수시로 눈을 감고 잠시 눈 휴식을 갖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볍게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보는 연습, 눈동자를 좌우·상하로 굴려주는 연습도 권했다. 오랜 시간 업무를 해 눈이 건조해질 경우 인공눈물도 좋은 도우미다. 의학적으로 인공눈물은 눈물의 수성층을 보충하고 눈물의 증발을 방지해 눈의 조직을 보호해 준다. 보존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인공눈물을 한 번에 1~2 방울, 하루 4~6회 정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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