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막혔을 땐 응급처치 어떻게?
2025-10-18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은 무슨 급한 일이 생기면 일단 ‘적당한’ 핑계를 대고 미루려 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까지 달리게 되면, 미루기가 어느 덧 ‘습관’이 되어 버리곤 한다. 더욱이 미루는 습관은 전염성까지 있어, 미루기 대장들이 많은 가정이나 조직은 처지게 마련이다.
미루기가 습관이 된 사람들은 그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에서 배제되기 쉽다. 최소한, 늦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해답일 것이다. 현대인들의 미루기 습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폐해를 가져다 주는지, 어떻게 해야 극단의 ‘미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알아보자.

◇ 나는 게으른 사람인가, 부지런한 사람인가
스스로 시간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미룬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시간 안배를 잘 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미 없이 미룬 시간 때문에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 시간을 생산성 없이 보내버리곤 후회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차라리 그 걸 했다면…’ 하고 후회하면 이미 늦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보낸 그 헛되게 보낸 시간 때문에 나중에 더 시간에 좇겨 일을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을 미루는 유형인가, 아니면 당장 해치우는 스타일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얼마나 미루는 지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판단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를 쓴 정신과 전문의 이광민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소개한 체크리스트를 따라가 보자. 일단 아래 항목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면 1점, ‘대체로 그렇지 않다’면 2점, ‘가끔 그렇다’면 3점, ‘대체로 그렇다’면 4점, 그리고 ‘항상 그렇다’면 5점을 배점해 총점을 내 보자.
- 나는 일반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의 시작을 미룬다
- 마감 시간을 앞두고 나는 종종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 여행을 갈 때 기차나 비행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른다
- 나는 보통 꼭 필요한 물건일지라도 급박한 순간에 산다
- 생일 선물을 살 때 나는 선물할 시간이 임박해서야 쇼핑을 한다
-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에 가려고 할 때 종종 제 때 표를 사지 못해 놓친다
- 나는 자주 ‘그 일은 내일 할 거야’라고 말한다
점수가 낮을 수록 시간 관리에 요령이 있는 사람이다. 이 원장은 합계가 15점 이하면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16점에서 24점 사이면 시간관리에 ‘주의’가 요구되는 사람이며, 25점 이상이면 시간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 나는 얼마나 ‘미루기 대장’인가
임상심리 전문가 헤이든 핀치 박사도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이라는 저서에서 ‘미루기’ 자가 테스트 방법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아래의 10개 문항 가운데 자신은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지를 체크해 보자.
1. 지금 해야 할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룬다
2. 마지막까지 일을 미루는 바람에 연체료 등을 추가로 낸 경험이 있다
3.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4. 스스로 세운 계획을 따르지 않는 자신에게 친구나 가족이 화를 낸다
5. 중요한 일을 주로 막판에 끝내는 편이다
6. 일을 너무 오래 미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7. 금방 끝날 간단한 일을 쓸데없이 오래 미룬다
8. 일을 마칠 시간이 부족해 문제를 겪는다
9. 마감이 다가오면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10. 어떤 활동이나 과제를 더 빨리 시작했다면 지금 내 삶이 더 나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핀치 박사는 이상 10개 문항 가운데 ‘그렇다’라는 답변이 4개 이상이면 ‘미루기가 문제가 되는 수준’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2, 4, 6, 8, 10 등 짝수 문항 중 1개라도 ‘그렇다’고 답했다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미루기가 가벼운 습관성이거나 간헐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핀치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루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해서 불필요하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결과를 감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루기 습관을 바꾸려면 그런 습관이 구체적으로 어떨 때 나타나는 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자신에 맞는 극복 전략을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루기는 ‘습관’을 넘어 ‘중독’된다
이광민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게으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을 그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했다. 문제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 미루기를 하는데, 정작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이 원장은 이런 ‘게으른 완벽주의자’ 들에게 “아주 작은 루틴으로도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로 고유한 수면 패턴, 사소하지만 꾸준한 운동 습관, 상처 받지 않는 인간관계 등을 들었다. 이런 작은 루틴들이 쌓이면 삶의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왜 아무 것도 하기 싫을까>를 쓴 서울대 정신건강 전문의 배종빈 교수는 미루기의 중독성을 경고했다. 미루기가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이것이 결국 상당한 중독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루기 중독이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때로는 우울감을 유발한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급한 일에서 벗어났다는 마음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높이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배 교수는 특히 “미루면 미룰수록 늪에 빠지고 결국 무기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매사에 부정적이게 만들며, 실제 능력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자신에게 있는 자가 통제 능력도 부정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루는 습관을 해결하려면 자신이 어떤 감정을 피하려고 하는 지부터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감 때문이라면 할 일을 줄이거나 목표를 낮추고, 불안감 때문이라면 무엇 때문에 그런지,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의현 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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