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창업을 해 놓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이끌지 못하는 경영인들이 많다. 초심을 잃지않고 현명한 판단을 하려 노력했건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왜 그럴까. 많은 경영전문가들은 사장이 자신을 과신해 공정하지 못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실수 혹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하 직원에 떠넘기는 태도가 그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다고 말한다.
◇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위험’ 창업을 한 사장들은 대부분 자기 회사에 대한 애착이 넘친다. 때문에 사소한 결정이라도 직접 하려 한다. 말로는 수평적인 조직을 얘기하지만 정작 사업장은 극도의 수직적 복종 문화가 지배적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복종’할 것을 강요하기 일쑤다.
조직의 리더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가운데 ‘지식의 저주(Course of knowledge)’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도 알고 있다’라는 왜곡된 인식이 생겨 “왜 말귀를 못 알아 들어”하는 식이 된다. 이런 습성은 본인의 책임도 부하직원들에게 떠넘기게 만든다. 심지어는 ‘공정성’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부하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게 되고, 어려운 일을 회피하려 한다. 맹수에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는 제 눈에 안보이니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타조효과(Ostrich effect)’가 나타난다. 리더부터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으니 회사 전체 이익은 버려지고, 그 회사는 ‘실패하지 않을 사업’만 하는 기업이 된다. 결국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들은 떠나고 무능한 상사, 그리고 그 상사의 눈치만 보는 직원들만 남게 된다.
의사결정 전문가 존 베시어스는 ‘리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대표적 인지 편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인지편향,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보지 못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인지 편향, 제대로 된 대안의 선택을 방해하는 인지편향, 그리고 ‘안전주의’를 추구하는 인지편향을 들었다.
◇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 회사나 사업장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집착하는 사장일수록 좁은 시야와 사고의 범위로 고생을 한다. 자신의 판단이 늘 옳고 공정하며 합리적이라고 과신하게 된다. 리더들이 자주 빠지는 편견으로 ‘뜨거운 손의 오류(Hot hand fallacy)’가 있다. 과거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신 혹은 회사 내 어떤 이가 ‘해결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탓에 누군가를 편애하거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마인드도 조직을 실패로 내몬다. 크라이슬러를 부활시킨 천하의 ‘아이아코카’도 성과우선주의의 독선적인 리더십 탓에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리더의 오판’을 쓴 유효상은 “조직이 ‘결과 편향’에 빠져 버리면 무한경쟁주의가 지배하게 되며, 부정행위나 속임수까지 용납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서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의 공정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대하는 리더의 첫 번째 자세는 그 실패가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 원인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무장한 사장의 ‘과신’이 문제를 일으킨다. 시장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거나 알아야 한다는 자격지심 내지는 부담을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직원들에게 ‘나도 모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용기가 성숙한 리더의 기본 자세라는 것이다.
◇ ‘경청’만으로도 존경받는 사장이 된다 리더는 정답을 알거나 정답만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욱이 작은 사업장을 창업해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늘 완벽한 답을 찾거나 제시할 수 없다.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장은 ‘완벽한 답’을 찾겠다 보다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이끌겠다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의사결정 실패를 줄이려면 그만큼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완전무결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쪽을 버릴 것인가를 결정할 ‘용기’가 창업가에게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청(傾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청은 ‘듣는 것’ 그 이상이다. 세계적인 에니메이션 기업 ‘픽사’는 회의 때 구성원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적나라한 비판도 나오지만 누구 하나 뒤 끝이 없다. 불이익이 없으니 당당하고 자신 있게 소신을 밝힐 수 있고, 리더는 그것을 권장한다. 그런 ‘신뢰’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다.
◇ ‘시스템 리더십’을 구축하라 작은 기업이라도 최고경영자는 ‘시스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 소수의 리더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수의 좋은 의견을 모아 시스템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조직이 하나의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되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집단지성이 조직의 역량으로 발현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 일이 리더의 최대 과제다.
리더의 오판은 조직의 성패에 결정적이다. 과거에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기업이 시장을 선도했다면, 이제는 시장의 흐름을 남보다 빨리 캐치하고 카피 캣(Copy cat) 모델로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기업들이 성공 공식이다. 리더가 정밀한 분석 없이 의사결정을 했다가는 자신은 물론 회사 식구들까지 굶기게 만든다.
집단지성을 통한 시스템 리더십이 결국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다. 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말론 교수는 “집단 지성의 지능이 높은 조직일수록 신중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이 뛰어나고, 그런 도전정신을 탑재한 신중함이 특별한 경쟁력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크든 작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장들이 꼭 기억해야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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