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온갖 금융 지원에도…자영업자, 특히 다중채무자 연체율 심상치 않다

이의현 기자 2023-06-26 09:14:49


1분기만 0.35%p 상승해 ‘8년 내 최고’… 중·저소득층은 최고 1.8%까지 뛰어

다양한 금융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연체율이 1%대에 진입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저소득층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에 육박했고, 자영업 다중채무자 비중이 어느 새 71.3%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까지 올랐다.

더욱이 이 같은 사태가 아직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의 지원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자영업 발 대출 대란으로 인해 금융권 전체에 큰 여파가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국내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13조 9000억 원이나 크게 늘어 주목된다.

자영업 대출 잔액은 작년 3분기(1014조 2000억 원)와 4분기(1019조 9000억 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올해 들어선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연체율의 상승 속도가 예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실제로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06%p, 0.12%p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증가 속도다.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 30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4조 1000억 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 역시 4분기(24.2%)의 두 배를 웃돌았다.

문제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이다. 소득 하위 30% 자영업자들은 1분기 연체율이 1.6%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1.2%에서 0.4p나 급증했다. 

소득 30∼70%의 중소득 자영업자 연체율도 1.8%로 3개월 새 0.5%p나 높아졌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0.9%로,  2019년 3분기(0.9%) 이후 3년 6개월 내 최고 수준이다.

이런 빠른 연체율 증가 속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은 계속 증가세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22년 4분기 119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23조 원으로 3조 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고소득 자영업자 대출도 713조 9000억 원에서 723조 6000억 원으로 늘었고,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역시 186조 원에서 187조 2000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고금리의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은 더 심각한 상태다. 1분기 말 현재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37%, 2.52%울 기록해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은행이 0.11%p 오른 반면 비은행권에서는 0.92%p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 연체율 역시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도 부실대출 폭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1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 50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에 비해 17조 2000억 원이나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개월 사이 70.6%에서 71.3%로 커져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 3000억 원, 74만 원 씩 늘어 거의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위험률이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지만,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신용등급인 취약차주의 경우 연체 위험률이 1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