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새마을금고, 차제에 ‘선의'의 최소 금융 규제 필요

조진래 기자 2023-07-07 07:16:33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는 새마을금고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전방위 지원’ 체제를 구축한 듯 보인다. 범 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꾸리고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하고, 고객들이 뱅크런을 일으키지 않도록 안심시키느라 분주하다. 이례적으로 예적금을 중도해지한 고객이 이를 재예치할 경우 당초 약정이율을 복원시키고 비과세 혜택까지 유지시켜 주겠다고 할 정도니 대단히 절박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는 새마을금고 자체에 있었다.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지난 4일 새마을금고 연체율 감축 특별 대책을 발표한 직후부터 부실 우려가 커 보이는 일부 지점에서 예·적금 해지 사태가 빚어지며 불안감을 키우긴 했지만, 행안부로선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연체율이 과다하게 높은 점포들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이 가운데 연체율이 10%가 넘는 30곳 지점에 대해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이나 합병 요구 등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과거 정부가 금융 불안 사태가 발생했을 때 늘 펼쳐왔던 조치다. 새마을금고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규제는 없을 수록 좋다. 하지만 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라서,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서 규제 사각지대가 되어선 안될 일이다. 시장 규모와 관계없이 고객의  타격과 시장 불안은 은행이나 새마을금고나 크게 다르지 않다.

행안부 관할이라 고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현재 새마을금고 업계의 연체율은 무려 6%가 넘는다. 지난해 연말 이후 반기 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새마을금고업 태동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자 장사한다고 그렇게 욕을 먹는 은행권은 연체율이 0.37%에 불과하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거의 10%에 육박할 정도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다.

귀찮을 정도로 연체율 관리를 얘기하고 감독하니 금융회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따르는 것이고 그렇게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가 이뤄져 온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나 부실 방어 능력이 확연히 나은 것도 아니다. 수신액은 꾸준히 줄고 있고 부동산 대출 심사도 주먹구구 식이었음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

차제에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금융감독원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가 아니다. 덩치에 맞지 않게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사실상의 금융회사를 이대로 둘 것인지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행안부가 놓치고 싶지 않고 붙들고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시장의 문제는 시장의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 이 만큼 덩치가 커졌으면 규모에 맞게 부실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진 시스템이 구축되었어야 했다. 감독도 허술하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니 이런 사태까지 빚은 것이 아닌지 이 참에 이해관계자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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