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10일 내년 2026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290원) 오른 시간당 1만 32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그 어느 해보다 신속하게 이뤄진데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의 전격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시장 참여자 모두의 공감 아래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 다행스럽다.
이번 인상률은 올해 1.7%에 비해서는 높아진 것이지만 역대 인상률로 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가운데 두번째로 낮은 수치다. 정부 별 첫 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가 16.4%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 정부가 10.3%로 뒤를 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8%, 박근혜 정부가 7.2%, 이명박 정부가 6.1%, 윤석열 정부가 5.0%였다.
이번의 조속하고도 합리적인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예년 같았으면 연말이 다 가도록 노사 대표간 설전 속에 줄다리기가 팽팽했을 시점에, 그나마 근로자 대표들이 전향적으로 인상률을 양보한 덕분에 연말까지 가지 않고 빠른 합의가 이뤄졌다. 책임지고 통 큰 합의를 이끌어 준 근로자대표들에게 먼저 박수를 보낸다.
이번 합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난 회의 때 1.8%∼4.1%의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최상단인 4%대까지 가지 않고 3%대 밑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협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어렵지만 ‘모두가 사는’ 최저임금이 도출되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물가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었다고 본다. 특히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생들 입장에서야 더 많은 시급 인상이 바람직하겠지만 모두가 조금씩 감내해야 할 몫이다.
정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고 그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이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부여되고 그럴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아직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지만, 극한의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제 시한 과제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개선이다. 현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기업인) 대표,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노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과연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냐 하는 점이다. 특히 근로자 대표로 참여하는 민주노총의 참여 자격 시비, 그리고 사용자 대표의 비 확장성 논란은 늘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근로자 측 대표 위원들은 하나 같이 대기업 노조 대표들이다. 실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과는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가 혜택을 가장 풍성하게 받는 사람들이란 비판이 거세다. 사용자 측 대표 가운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을 대표하는 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간만에 합리적인 인상율이 합의되었지만 벌써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급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경제상황 등을 감안해 양보했지만 내년에는 근로자 대표들이 문재인 정부 때 인상률에 준하는 인상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그렇기에 이를 합리적으로 자체 조정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 멤버들을 사용자와 근로자를 실질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부분적으로라도 바꾸고, 공익위원들도 보다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위치의 전문가로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협치’의 정신이 내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지속되려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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