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령화 트렌드] ⑩ 일본 폐교 노인 학교 '열중소학교'

박성훈 기자 2025-07-11 08:40:42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폐교시설이 적지 않다. 대부분 단체 합숙소 형태로 리모델링해 활용되거나 대형 카페 등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런 폐교를 ‘노인 초등학교’ 시설로 전환해 톡톡히 효과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어 화제다. 일본 현지에서는 ‘열중소학교’로 불리는 곳들이다. 

일본 동북부 야마가타현의 ‘다카하타마치’라는 인구 2만 안팎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노인 초등학교를 통한 평생학습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것은 벌써 10년 전인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인구 감소로 인해 남아도는 학교 시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ND 소프트웨어라는 지역 기업의 대표가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평소 퇴직자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 IBM 출신의 한 임원과 함께 지역 내 폐교 시설에 노인들을 위한 교육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곧바로 실행에 나섰다. 두 사람은 정부의 ‘지방창생기금’ 등을 재원으로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장만하고 강사진도 뽑았다. 사정을 얘기하고 대부분 무보수로 뽑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상당한 수준의 강사진이 대거 신청했다. 

2015년 첫 개교 당시만 해도 학생 수는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15개 열중소학교 분교에 전체 학생 수가 1000명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미국 시애틀에도 첫 해외 분교를 열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문가급 선생님들이 학교마다 평균 20명 가까이 배치된다. 학생들 가운데는 70대와 80대도 적지 않다. 평균 연령이 55세 전후라고 한다.

이 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강점은 전국 어느 분교에서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열중 프리패스’라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수업을 전국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 나이대를 고려해 대부분 2~3교시로 끝나는데 수업의 밀도가 장난이 아니다. 1교시에 70분씩인데 영어와 산수는 물론 사회, 도덕, 음악, 체육, 미술 등 초등학교 커리큘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마다 운동회와 축제, 그리고 수학여행도 빠지지 않는다. 

교사진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출판사나 언론사 대표가 국어를 맡고, 동시통역사 등이 영어를 맡는 식이다. 학생들 눈 높이에 맡게 가르친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인공지능 전문가나 드론 파일럿 등이 특별 수업을 맡기도 한다. 기업 경영자는 물론 교수와 변호사, 프로듀서, 셰프, 디자이너 등 최고 전문가들이 돕는다.

늦깎이 창업 희망자들을 위한 별도의 창업 수업도 열린다. 희망자에 한해 최소 비용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한 학기를 기준으로 수업이 이뤄지는데 일인당 2만 엔을 넘지 않는다. 나이별로 진도에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해 수업료를 차등화했다. 60세 미만은 1만 엔, 60세 이상은 2만 엔이다. 교사들 급여는 사실상 재능기부 수준이다. 교통비와 숙박비 정도만 지원된다.

열중소학교는 노인들에게 교류를 넓혀주고 인생 2막을 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시니어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최근에는 열중소학교 이름으로 ‘열중통판’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지역 기업들과 함께 일반인들에까지 지역 특산품 등을 판매해 부수입도 짭짭하게 챙긴다고 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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