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기부로 세워진 세브란스 ‘민윤기 치료센터’… 음악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한다

천근아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 통해 전하는 ‘민윤기 센터’의 설립 배경과 음악치료 계획
박성훈 기자 2025-07-11 16:19:02
사진=세브란스병원
 
지난 6월 23일 연세대 의료원 제중원 1층에서 개관식을 가진 ‘민윤기 치료센터’는 세계적인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 씨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해 50억 원을 쾌척해 세워졌다. 슈가 씨는 한 때 우울증과 강박, 대인기피증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고생하다가 슬기롭게 극복했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마지막(The Last)>라는 곡으로 들려준 적이 있다.

슈가 씨의 본명을 따 ‘민윤기 치료센터’로 출범한 이 센터는 음악을 매개로 한 치료와 사회성 훈련을 진행하고, 자립을 위한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슈가 씨와 함께 센터 설립을 주도한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의 천근아 교수가 센터 설립 배경과 향후 운영 계획 등에 관해 김일중 아나운서와 가진 특별대담이 <세브란스 소식>에 소개됐다. 이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요약 소개한다.

- 발달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차이는 무엇인가.

“발달장애란 언어 발달이나 운동 발달, 정서 발달, 인지 발달, 사회성 발달에 장애가 있는 경우를 모두 지칭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이 가운데 언어와 의사소통, 사회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사회성 발달 장애를 말한다. 특이한 관심사나 반복적인 행동 등이 대표적인 특징 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현대의학에서는 완치할 치료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이 가장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민윤기 치료센터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중증도가 다양하고 연령별로 증상도 변한다. 남녀가 다르고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맞춤식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개별 맞춤 통합 치료’라고 한다. 언어 치료, 행동 치료, 음악 치료. 사회성 훈련 등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구성한다. 센터는 특히 기부자의 취지에 맞게 음악적 콘텐츠를 입힌 사회성 훈련 치료와 행동 치료, 언어 치료 등 다양한 치료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음악을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구 적용하고 국내외 다기관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소아정신과 의사 혼자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언어치료사, 행동치료사, 임상심리전문가의 도움이 필수다. 다학제적 통합 팀 치료가 필요하다.”

- 민윤기 치료센터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활용되나.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일상생활 적응에 필요한 자조 기술 습득,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한 친사회적 기술,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는 대처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언어가 유창하고 인지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 아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언어능력이 제한된 아이에게는 시작이 어려웠다. 그런데 음악을 입히니 그런 장벽이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음악 치료가 자활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다. 센터는 앞으로 통합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음악 분야 뿐만아니라 미술과 운동 등 다양한 예체능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이들이 치료를 잘 받고 나중에 그것으로 돈도 벌 수 있게 되면 사회적인 비용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슈가 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했나.

“총 10번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거의 90분씩을 진행했다. 자전거탄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를 들려주니 한 아이가 ‘나도 너무 잘 알아요’ 하며 큰 소리로 따라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었던 경험이 있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악기를 선택하게 했더니 다양한 악기들로 연주를 하더라. 슈가 씨는 이들의 연주에 기타를 쳐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 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슈가 씨가 아이들이 글을 읽을 때마다 기타로 배경 음악을 깔아주며 읽는 속도에 맞춰 주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말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센터 운영에 자금 지원이 필수일텐데, 슈가 씨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슈가 씨가 평소에 청소년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소아청소년을 위한 이런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과 플랫폼, 하드 웨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전용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차 오르게 되었고 선뜻 50억 원이라는 재정적 후원을 해 주셨다.”

- 민윤기 치료센터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나.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효능을 더 임상적으로 검증하고 매뉴얼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임상 논문도 나올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직업 군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 가을에는 뮤직 캠프도 열 계획이다. 센터를 점점 확장시키고 고도화해 나가겠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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