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서울시 ‘9988 프로젝트’ 성공하려면
2025-05-29

현직 대통령 탄핵 등 초유의 사태로 인해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탓에 ‘대선 공약’의 부실함이 심각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0명, 정확히는 1051만 명에 달하는 ‘노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들의 표심(票心)을 끌어당길 감동적인 ‘어르신 공약’은 부실하기가 이를 데 없다.
여야와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어르신 공약은 철저히 뒷전이다.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후보가 확정된 덕분에 그나마 정리된 공약을 내놓았지만,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여당 국민의힘은 그 때문인지 공약 자체도 부실하고 추진력도 부족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땀과 헌신에 대한 보답, 어르신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나섰다. 불합리한 연금제도 개선을 위해 기초연금 부분 감액, 일하는 어르신 국민연금 감액 단계적 개선 등을 제시했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연령 하향 및 개수 확대,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 시행, 간병인 공공부담 확대, 의료취약 계층을 위한 주치의제도 확대 등도 내걸었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맞춤형 주택연금을 확대해 노후소득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어르신 자산 공공신탁제도를 도입해 재산관리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안전 통학 지킴이나 안심귀가 도우미 등 어르신 공공 일자리도 확대하고 어르신 체육시설도 늘려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아직 공식적으로 ‘어르신 정책’이라고 내세울 만한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안심되는 평생복지’라는 큰 슬로건 이래 크고 작은 복지 정책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선거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실천도 못할 공약(空約)을 급조해 ‘표 긁기’에 나서진 않겠다는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 너무 준비 안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출산부터 노년까지 생애 전 주기 복지 실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은 청년과 영유아 대책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비 9년 지원 및 대출조건 완화, 출산·임신비 지원 확대, ‘우리 아이 첫걸음 계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노인 공약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는 고령자 대상포진 지원, 어르신 건강심부름택시, 요양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이 있다.
여야가 내놓은 어르신 공약들은 사실 이전까지 여러 차례 선거 때마다 제시되었던 것 들이 대부분이다. 약속만 해 놓고 실천은 뒷전으로 미루거나 지자체에 떠넘기기 일쑤였다가 또 선거 철이 오면 부랴부랴 캐비냇 속에 꾸겨 넣어 두었던 공약집을 끄집어내 재탕 삼탕 공약을 새로운 공약인양 홍보하는 구태가 여전하다.
공약은 지켜야 할, 지키겠다고 하는 대 국민 약속이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선거라고 해서 공약이 부실하다면, 평소에 그 만큼 준비와 성의가 없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진정으로 노인을 생각하고 어르신을 공경할 진정성이 있다면 이렇게 허튼 공약들로 이 시대 어르신들을 우롱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인이 원하는 것은 노인이 가장 잘 안다. 대한노인회 등 관련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런데 아직 어르신 대표들을 여야 후보들이 만났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노인 표를 구하려 허겁지겁 달려가라는 것은 아니라, 적어도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서 이렇게 어르신들을 푸대접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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