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기업을 회생시키려면 그만의 강점을 찾아 극대화하는 게 필수”

조진래 기자 2023-08-23 08:12:14

이창수 소장은 30년간 기업 내부에서 체득한 이치와 도전경영 사례를 많은 경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해 말 ‘도전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턴어라운드 4.0’이라는 저서도 썼다. 이창수 소장을 만나 그의 기업 철학과 기업 회생을 위한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이 소장은 결국 기업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사람’과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자사의 강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을 CEO를 포함한 전직원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회생을 돕는 연구와 컨설팅을 위해 ‘도전경영연구소’를 세운 것으로 압니다. 간단히 본인과 연구소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10년 동안 한국장기신용은행을 다니다 외환위기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목격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으로 유학을 가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을 거쳐 ADM21, 인바디, JW중외메디칼, 삼미금속의 임원 및 대표이사를 맡아 회생시키는 경험을 했습니다. 도전경영연구소는 부실기업을 맡아 건실한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쌓은 사람과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와 기업 회생 경험을 많은 기업에 전하고, 기업금융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금융기관에 투자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 기업 경영환경이 무척 불투명합니다. 현재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또 기업들이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 선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기업들은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고객과 시장, 기술의 변화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고 언택트화가 자리 잡으면서 비즈니스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여기에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자유무역에서 진영 간의 블록 경제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Chat GPT 모델의 출현과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인한 정보혁명 및 로봇, 모빌리티의 발전으로 인한 시장 변화도 맞았습니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맞춘 새로운 제품, 새로운 사업모델이 빠르게 탄생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응 없이 사업을 축소하고 현재 제품에만 집중할 경우, 회사는 얼마 가지 않아 시장을 잃고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이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데 도전 욕구가 상당히 떨어진 듯 합니다. 신규사업 투자가 필요한 때 결정을 잘 못하는 듯 합니다. 경영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회사의 사업모델이 이익과 성장을 보장하는 지 점검하고 이를 미래의 변화에 맞게 재정립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 저서 제목이 ‘턴어라운드 4.0’입니다. 어떤 의미인지요.

“한국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입니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ICT를 제조업에 접목해 조달과 생산공정, 물류, 서비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자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기업 회생을 의미하는 턴어라운드와 인더스트리 4.0을 의미하는 4.0을 결합해 지었습니다.”

-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선 특히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뼈아픈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사장에게 필요한 자세는 어떤 것 인가요.

“경영자의 의무는 가치를 창조하고 극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전 직원이 사장과 같은 마음으로 변화와 도전을 통해 회사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과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영자는 우선, 기업의 ‘업(業)’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장기 목표와 비전을 세운 뒤 전 직원과 함께 반석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변화와 도전경영을 실시해야 합니다.

위기의 끝을 결정하는 것이 리더입니다. 부실화된 기업의 문제점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목표가 불분명하고, 리더가 자신에게 후하고 직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며, 회사에 맞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고객과 기술, 경쟁사의 변화를 먼저 예측하지 못하고, 변화와 도전에 대한 실행력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 통찰을 사장이 앞장 서 실천해야 합니다.”

-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고, 이후 어떻게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사업을 다 잘하기는 힘듭니다. 회사 상황을 고려해 강점을 파악하고 발굴해 항상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강점을 파악하려면 회사 내부의 데이터와 경쟁사의 정보를 비교·분석 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강점은 8가지 입니다. 차별화된 기술과 신제품 개발 능력, 특정 고객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품 보유, 제조원가 경쟁력, 타사가 갖지 않은 생산설비 보유, 고객 접점을 장악하고 많은 고객 정보를 갖고 있으며, 브랜드 파워와 높은 브랜드 인지도, 여기에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실하고 경험 많은 직원들을 보유하는 것들을 강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든 10년 동안 사업을 했다면 제품이든, 영업력이든, 브랜드든, 기술이든,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의 강점이 있을 것이다. 강점이 파악되었다면 이를 강화하고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실행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달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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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경영자든 한 두 사람의 결정에 의존하는 조직을 혁신해 ‘시스템 경영’을 추구하려 합니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조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조직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모든 직원이 동의하는 ‘선한’ 것이고, 달성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목표와 계획을 향해 전 직원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모두가 사장으로 일하는 문화가 조성될 때, 지속적인 성장과 도전이 가능합니다. 회사의 시스템은 전 직원의 개별 시스템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직원이 사장의 마인드를 갖고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때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경영자는 직원을 동반자로 대우하고, 회사의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고, 개인의 자기만족 및 자아실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진하려면 늘 비용과 지출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회사는 더 성장하고 수익을 더 내야 하는데 성과관리 시스템을 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까요.

“개인의 경제적인 만족과 성취욕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강력한 성과 보상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기업의 성공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와 최고의 성과 보상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회사가 충분히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때는, 높은 급여 대신에 목표를 설정하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파격적인 성과 보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회사 성과를 직원과 나눈다는 원칙 아래, 당해 연도 초과 목표 이익의 3분의 1을 직원에서 보상하고 나머지를 회사 유보 및 주주에게 제공했습니다. 목표 초과 이익을 발생시켜 직원이 놀랄 만한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면, 직원은 성취 욕구가 더 고취될 것이고 다음 해에는 더 좋은 성과로 회사에 보답할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회사는 이에 비례해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 CEO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급변하는 환경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경영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과 민첩한 대응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현실이 어렵다고 눈 앞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만 몰두한 나머지,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을 잃어서는 곧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회사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전 직원과 함께 회사의 시스템을 강화하고 변화와 도전 경영을 실시할 것을 추천 드립니다. 바람이 없는 바다에서는 배를 운항할 수 없습니다. 변화와 위기 속에 새로운 기회가 생깁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 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떤 것 인지요.

“위기에 처한 기업에는 분명히 어려워진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하고 이것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인지 아니면 변화시켜야 할 모델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했다면 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어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담대하게 변화와 도전 경영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일들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 즉, 경영자와 직원입니다. 특히 경영자는 도덕성과 책임감, 지적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경영자의 도덕성과 실행에 전 직원이 동의하고 함께 할 때, 기업은 담대하게 도전 경영을 할 수 있고 진정한 변화를 통해 회생과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이 있을 것입니다. 기업 구성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요.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회사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직원이 로열티를 갖기도 힘들겠지요. 구조조정에는 전 직원의 동의와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상황임을 솔직히 공개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목표를 설정하자 하고 그 목표를 초과하면 충분히 분배해 줄 것을 약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그런 방법을 추진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익이 나야 분배가 가능하게 되니 직원들도 같이 뛰게 되더군요.

장기적으로 보면, 확실한 인센티브가 중요합니다. 인센티브는 동기 부여에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동기부여가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직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주주가 합의해 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주주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설득해야 합니다.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기업 개선에 가장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면, 1년 단위 계획 보다는 장기 계획을 더 잘 수립해야 합니다.”

- 도전경영연구소 운영 외에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업들에게 좋은 의견과 방법을 제시해도 많은 경영자들은 자신의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귀를 기울이다가도 결국은 듣기만 하고 경영에 반영을 잘 하지 않습니다. 경영 스타일이나 마인드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전문가가 회사를 바꿔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려니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쓰고 경영을 자문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해 그간의 경험과 깨달음을 기반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대담=조진래 선임기자 jjr2015@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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