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③ ‘커리어 우먼에서 자연염색 체험장 창업가로‘ 송현순 님

“‘지금 이 나이에…’ 생각 말고 과감히 도전해 보세요”
조진래 기자 2023-09-14 07:24:40
충북 단양의 금수산 기슭에서 자연염색 체험장 창업을 준비 중인 송현순 씨가 올해 초 수업한 폴리텍 대학 ‘자연염색 인력양성 및 창업과정’에서 직접 자연염색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폴리텍대학

충청북도 단양 금수산 기슭에서 ‘단양꽃마중체험장’을 중비 중인 송현순(66) 씨. 그는 서울 대기업에서 크게 능력을 발휘해 온 ‘커리어 우먼’이었다. 남편 퇴직과 함께 2015년 단양 산골로 내려온 그녀는 지금은 내년 봄을 목표로 약초, 칡, 황토 등 자연염색이 가능한 식물 등을 재배하며 천연염색까지 체험할 수 있는 ‘힐링 캠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가족 혹은 기업 단위의 숲 체험장을 제공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건강과 행복감을 나눠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LG카드 법인카드 팀장으로 7년 동안 근무했고 50대 초반까지는 SK사의 OK캐시백 가맹점 발굴 및 관리 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전주 출신에 평소 음식 솜씨가 좋다는 말도 많이 듣던 차에 퇴사 후 딸의 권유로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장어가게를 창업했다가 영업난으로 폐점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퇴직 후를 대비해 틈틈히 지방을 돌며 산과 땅을 둘러보다 단양 금수산 자락의 땅 1만 평을 구입했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퇴사한 남편과 함께 2015년에 이곳으로 내려와 귀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자연에서 천연 자연염색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재배 중입니다. 아로니아, 밤 껍질 등 탄닌 성분이 풍부한 재료가 자연염색 재료에 적합하다고 해요. 현재 아로니아 2500주, 밤나무 150주 등을 심었는데 5년 전에 심었던 것이 이제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 단양이 고향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이곳으로 내려오실 때 특별히 무엇을 하겠다고 정해 놓은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산 곳곳에 산약초도 심고 여러 작물들을 키우며 지냈습니다. 가장 자연적인 것으로 접근하고 싶어 친환경 유기농법 같은 자연친화적 농업을 하려고 생각했어요. 산에서 지내며 자연염색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구요. 마침 지인의 소개로 영주 폴리텍대학에 신중년 교육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교육을 이수하고는 완전히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곳에 천연염색 체험장을 조성해 가족 혹은 단체로 자연도 체험하고 염색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려 준비 중입니다. 원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데다 도전 정신이 강해, 하고자 하는 일은 거침없이 진행하는 성격입니다. (웃음)”


송현순 씨가 남편과 함께 한창 공사 중인 체험장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폴리텍대학 ‘자연염색 인력양성 및 창업과정’을 수료하셨습니다. 원래부터 이 분야 창업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계셨는지요.
“천연염색에 대해서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 듣고 있었습니다. 가장 처음에는 황토 염색의 효능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쪽 염색을 비롯해 우리 농장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천연물들이 염색 재료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업체 분들을 많이 알고 영업 경험도 많으니 마케팅을 맡으면 될 것이고, 다행히도 폴리텍대학 교수님들이나 염색 부문의 베테랑 동기들이 흔쾌히 전문강사로 와 도움을 주겠다고 해 ‘사업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하셨습니다.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이곳을 가족이나 기업체 임직원 자연체험장으로 활용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소규모 인원은 농장 안에 자체 숙박시설을 꾸미고 있고, 외부 단체 숙박 시설과 협조도 추진 중입니다. 주변이 ‘단양 8경’으로 유명하다 보니 관광과 연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이 자기 공간을 만들어 직접 작물을 심어 키우고, 자연염색까지 배워보고 직접 염색도 해 보는 1박 2일 코스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현재 사업자등록은 ‘단양꽃마중체험장’으로 했는데 현재 80% 가량 준비되었고 내년 봄 정식으로 오픈 할 때는 이름도 바꾸고 SNS도 100% 구축할 예정입니다. 염색이 가능한 봄과 여름을 중심으로, 가장 친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천연염색 체험농장을 운영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한 회차에 가족 3~4팀 정도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연 회비 15만 원 정도를 낸 15분 정도를 회원으로 확보해 두고 있는데, 연회비만 내면 언제든 오셔서 원하는 작물도 키우고 염색기술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천연염색 수업은 무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폴리텍이 제게 무료로 가르쳐 주셨으니 저도 그렇게 하는 게 도리 같습니다.(웃음)”
송현순 씨가 올해 초 폴리텍대학 수료식에서 수료장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폴리텍대학

- 요즘 자영업이 어렵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 특별히 부탁드리고 싶으신 요청사항이 있으신지요.
“일전에 단양군청에서 운영했던 ‘친환경 농업대학’ 프로그램에서 교육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학장이던 단양 군수께서 ‘해 놓고 원해라. 그러면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 역시 해 보기도 전에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까지 이곳을 준비하면서 모두 자비로 했습니다. 발 품을 팔아 땅도 싸게 마련했고 빈 집을 사 개조하는 등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대출도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빚의 노예가 되기 싫었습니다. 덕분에 남편과 농장과 숙소, 체험장 등 모든 것 하나 하나를 꾸미느라 고생이 많습니다.(웃음) 정부나 지자체에 대해선 나중에 참가자 교육비 지원 정도는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자연염색이 사실은 대중화하기에 쉽지만은 않은 분야인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염색이 사라지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나라에서 사양되어 가는 천연 염색을 사업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갖게 됩니다. 천연 염색 분야의 디자인도 더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현재는 자기 옷이나 스카프를 염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중화가 어렵기는 하겠지만 협업 등을 통해 활로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연 염색이 최고입니다.” 

- 창업을 하시는데 정작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연염색처럼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려다 보니 벌써 5년째 친 환경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고, 이를 더욱 키워서 이곳을 찾는 분들이 함께 즐겁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작물 재배와 염색 배우기를 하면서 자신이 키운 작물을 캐 가져가고, 본인이 만든 천연염색 스카프나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창업의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다른 목표 없이 이 사업에 올인할 계획입니다.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친환경과 유기농 농업을 계속 운영하면서, 제가 가꿔온 친환경적인 자연물을 활용해 100세 시대를 함께 사는 분들과 같이 하는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게 제 최고의 목표입니다.” 
송현순 씨와 폴리텍 동기생들이 직접 제작한 자연염색 제품들로 작품전시회를 가졌다.

-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인생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 드립니다.
“65세를 넘겨 노인을 바라보는 주변 분들 가운데 ‘이 나이에 지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희망보다는 포기와 비관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나이에 무엇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때문에 주춤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남성들에 비해 여성분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 듯 보입니다. 저는 몸만 건강하다면 누구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꿈꾸는 일에 대해서는 먼저 ‘실패’한다는 생각은 접으시고, 일단 그 꿈에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인생의 좌우명이나 가훈이 있으신지요.
“저는 원래가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입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할 수 있다. 항상 매일 매일 행복하자’고 다짐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냐 생각합니다. 그 어렵다는 누에고치도 이곳에 와 해보니 되더라구요. 나이를 핑계로 무기력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인생 2막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건강을 상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건강해야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먹거리도 중요하다고 보고 취나물이나 곰취, 명이나물, 눈개승마 등 친 환경 유기농 작물 재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건강과 웃음을  잃지 마시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자신이 도전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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