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점점 식는 창업 열기…기술창업 비중 역대 최고치의 '아이러니'

조진래 기자 2023-09-14 08:57:12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우리나라가 탈출구로 삼는 것 중의 하나가 '창업'이다. 정부도 물심양면 지원을 해 주고 있고, 혁신 마인드를 가진 창업가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는 것은 나름 고무적이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14일 내놓은 올 상반기 창업기업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기술 창업 비중이 역대 최고치라는 통계는 '웃픈' 현실이다. 올 상반기에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는 11만 5735개로 작년보다 4.6% 줄었다. 하지만 다른 업종의 창업이 부진한 덕분에 전체 창업에서 기술기반 창업 기업의 비중은 작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17.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냥 이 수치만 보면 마치 우리 창업 세계에서도 질적 전환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구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명백한 '착시'다. 기술기반 창업 비중 10%대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줄 만 한 수치이긴 하지만 정부와 자차제, 특히 민간 창업가들이 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띠를 동여매야 하는 상황임을 일러주는 시그널이다.  

기슬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창업 열기가 점점 더 식어가는 듯한 모양새는 매우 큰 우려를 낳는다.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당장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나 줄어 65만 곳을 간신히 넘겼다. 문제는 창업의 질도 그닥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의 창업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창업이 18.3% 증가해 꾸준함을 보였고, 개인서비스업도 10.1% 신규 창업이 증가했다. 예술·스포츠·여가업과 교육서비스업도 각각 8.4%, 7.6% 증가했다. 엔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실외 여가 활동 증가 등의 긍정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 경제를 버티는 두 개의 큰 축인 제조업과 금융업의 창업이 매우 부진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창업 기업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11.6%나 감소해 1만 9489개에 그쳤다. 금융 및 보험업 창업기업도 3292개로 33.4%나 감소했다. 두 주력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정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면서 그 가운데 창업 지원 예산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하지만 창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동력임을 숨길 수 없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신호가 계속 나오는데 선듯 창업에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와 지자체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라 전체, 아니면 해당 지자체의 경기회복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도 보다 철두철미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같은 작은 나라에도 스타트업이 무려 7000개에 달하낟고 한다. 인구 1500명 당 하나 꼴이다. 해외 우수 인재들을 계속 모국으로 불러들이고,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은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다. 그만한 대우와 그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스라엘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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