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제조업 일자리 붕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3-09-18 09:03:44

‘제조업 위기’라는 말이 회자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제 거의 목에 차는 듯한 양상이다. 업종 자체가 성장 동력을 점점 잃어가다 보니 고용 상황까지 극도로 악화되어 나라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듯한 모습이다.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5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69만 3000명 가운데 15.5%에 그쳤다. 10차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바닥까지 내려간 수치다. 우리 제조업 고용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픈 수치다.

제조업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핵심산업이다. 가장 고용 효과가 높은 산업 군이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늘 20%를 웃돌며 국가와 가계를 견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17% 안팎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큰 굴곡 없이 그 이상 수준을 유지해 왔다. 

글로벌 장기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 등의 여파가 결정적이다. 2021년 2분기에 15.9%로 처음 15%대로 떨어진 이후로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6월 1만 명이 줄더니 7월에는 3만 5000명, 8월에는 6만 9000명으로 갈수록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10.1%를 찍으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또 다른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 전만 해도 전체 취업자의 5~6%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그 2배 수준에 이른 것이다. 

어느 나라든 제조업과 금융·서비스업의 균형적인 발전이 중요하다. 산업이 점점 고도화 첨단화하면서 제조업 인력구조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처럼 제조업이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성장 동력의 또 다른 한 축인 금융·서비스산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산업 및 인력 구조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특히 고용시장에서의 제조업 붕괴를 막으려면 지금 같은 ‘수치’만 보고 고용현황을 판단하는 그룻된 관행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워 정부 재정의 힘으로 고용율을 높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문재인 정부식 정책으로는 제조업 부활 및 제조업 고용시장의 반등은 기대하기 요원하다.

빠르게 고령화하는 사회에서 정부 일자리 사업이 복지·보건 분야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 실패가 확인된 전 정부는 물론이고, 지금은 현 정부까지 과연 일자리 대책을 갖고는 있는 것인지 정책적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국민들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제조업 일자리 부진-보건·복지 일자리 증가라는 최근의 산업인력 통계가 산업 구조의 구도화, 첨단화에 따른 생산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정책 당국자나 정치권은 각별히 새겨야 한다. 아주 단적으로 얘기하며, 정부 재정이 뒷받침하는 비생산적 단기 일자리 만들기의 결과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라도 미국이나 유럽이 하는 것처럼 국가 주력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해외 변수만 핑계대고 내부 경쟁력 배양에 나 몰라라 한다면, 내년은 물론 3년 아니 5년 10년 후에도 우리는 또 같은 고민을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다.

민간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서 밥 그릇 싸움만 하는 정치권은 히루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 기업 지원 입법에 매달려야 한다. 경제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발목혀 있기에 우리 제조업이 이렇게 시름시름한 것임을 그들부터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