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흑자’ 건강보험 재정 만이라도 잘 운용하자

조진래 기자 2023-09-26 08:40:35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우리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도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한다. 지난해 3조 6291억 원 보다는 적지만 건보 당국 추산으로 1조 9846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누적 적립액도 25조 8547억 원에 이를 전망이라니 무척 다행이다. 건보 재정이 든든하게 버텨주니, 혹시 모를 보험급여 비용 부족이나 단기 유동성 악화 등에 대비할 수 있어 안심이다.

건보 재정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었다. MRI(자기공명영상 진단)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급여화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이용 감소 여파로 2021년에 2조 8229억 원의 흑자로 돌아설 때만 해도 ‘깜짝 흑자’ 정도로 여겨졌으나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흑자 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세수 부족, 노년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당장의 흑자 기조가 마냥 안심스럽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았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서도 건보 지출은 연평균 8%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2024년 106조 9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64조 1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연평균 건보 수입 증가율은 같은 기간에 7.2%에 그쳐 지출 증가율을 밑돌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추이라면 건보 당기 수지 적자도 예견된 미래가 된다. 실제로 예산정책처는 2024년 4조 8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3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 재정만큼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든든하다고 믿어 왔다. 이를 빌미로 선거 때마다, 혹은 정권 위기 때마다 선심성 공약으로 국민 혈세를 그야말로 펑펑 써왔다.  

그 결과가 올해 59조 원의 세수 펑크, 그리고 올해 말 나라 살림 적자 80조 원이다. GDP의 무려 4%에 육박하는 이런 막대한 재정 적자 앞에서 정부나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중장기 재정준칙을 만든다고 부산했지만 아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제출한 재정준칙 법안은 아직도 국회 창고에 처박혀 있다. 

그나마 건보재정이라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의 대세를 거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정책처 전망대로 곧 적자 기조로 돌아설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건보 재정 준칙이라도 만들어 국민 혈세가 함부로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건보재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 보듯 뻔한 ‘선심성 정책’의 도구로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꼭 필요한 대상과 질환에 건보 재정이 적기에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건보 당국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건보 재정 관리에 눈을 부릅떠야 할 시점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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