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업 '아빠 찬스'가 정의인가

이의현 기자 2023-10-11 10:24:35

기아차 노조가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모두 14차례의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 측이 12~13일 8시간, 17~19일 8시간, 그리고 20일에는 12시간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필수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생산 특근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문제는 황당한 파업 이유다. 상식적으로 얘기가 안되는 자녀고용 불법 승계를 노조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단협에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조항을 사측이 개정하려 하자 노조 측이 원천 방어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사측이 이 조항 개정의 대가로 연내 신입사원 채용을 통한 업부 강도 완화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거부의 이유가 노동 강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님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나아가 노조는 즉각적인 정년 연장 실시라든가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복지제도 확대 및 수당 현실화,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 개정안을 관철시키려면 정주영 창업주부터 정몽구 회장,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불법 경영 세습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기아차를 이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사상 최고의 복지제도를 만들어 준 것이 누구인지 정년 모르는 것이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열악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올해 남다른 실적을 일궈내고 있다. 당연히 근로자의 노력과 헌산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근대적인 '취업 아빠 찬스'를 붙잡고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근로자 단체답지 않은 구태이다.

왜 우리 자동차 노조가 귀족 노조라는 오명과 비판을 받는 지 다시한번 되돌아 볼 때다. 아빠로서 자녀에게 더 없이 좋은 직장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하겠지만, 그것이 정의가 아님을 깨달았다면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 근로자들의 자세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말로 건강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한 때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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