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저임금 고령 근로자 양산이 ‘임금 불평등’ 키운다

조진래 기자 2023-11-15 08:29:28

저임금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임금 불평등’이 다시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는다. 단기 일자리 위주의 공공 일자리 정책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고령화 추세 속에서 이들을 어떻게 정상적인 ‘생산가능인구’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일자리 정책을 펼쳐야 할 지 무거운 과제를 던져준다.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최근 임금 격차 특징과 원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08년 이후 시간 당 임금 격차가 2020년까지는 완화하는 양상이었으나 이후로는 고임금과 저임금 간 격차가 다시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2008년 0.349이던 지니 계수가 2020년에 0.325까지 낮아졌다가 2021년(0.327)과 2022년(0.332) 두 해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저임금을 1분위, 고임금을 10분위로 나눠 실질임금으로 환산한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 보니 지니 계수가 상승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상승 폭이 1분위에서 가장 작고, 9분위와 10분위에서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1분위 평균 시간당 임금이 2020년 8807원에서 2022년 9062원으로 2.9% 밖에 오르지 못하는 동안, 9분위 임금은 2만 9317원에서 3만 1933원으로 11.2%나 올라, 20020년 이후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고임금 근로자의 그것보다 훨씬 덜 오르면서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임금 격차 확대의 요인 가운데 인구 분포 변화와 함게 저임금 고령층과 여성 근로자의 증가가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보고서 역시 퇴직과 재취업 시장에 내몰리며 임금 불평등이 심한 연령대인 50대 이상이 일자리 시장으로 대거 쏟아지면서 전체 임금 불평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임금층의 주류를 이루는 고령자와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들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 폭이 억제되면서 임금 격차를 더욱 넓히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보고서가 파악한 연령대 별 저임금 근로자 분포도를 보면, 49세 이하 모든 연령층은 2020년 대비 인원이 줄어든 반면 50세 이상 연령층은 60대 이상까지 모두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65세 이상 저임금 근로자 수가 2020~2022년 사이에 25.3%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향후 일자리 시장에서의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예고한다. 남성이 18.3%나 증가했고 여성은 이 보다 훨씬 높은 36.0%의 증가율을 보였다. 고령층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의 고질적인 임금 격차, 임금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고령층에 담당하는 일자리 자체가 고임금을 주기 힘든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그런 일자리밖에 줄 것이 없어’ 하는 식의 책상머리식 일자리 정책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양질의 어르신 일자리 발굴 및 직접 교육 등을 통해 고령층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는 정책적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저임금 일자리 양산이라는 도식을 깰 인식 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일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청년들 못지 않게 그런 의미 있는 일자리를 원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 고령층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