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서민들 '빚 돌려막기' 위험수위, 대책은 없나.

조진래 기자 2023-11-22 08:45:13

서민들의 '빚 돌려막기'가 통제 불능의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어 우려감을 낳는다. 장기간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에 자금사정이 경색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여러운 처지다. 가장 현실적인 궁여지책인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최근 1년 새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서들러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민 경제에 큰 주름이 우려된다.

올해 10월말 현재 국내 신용카드 9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 4903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때의 1조 101억원에 비해 47.5%나 늘어난 수치다. 한 달 전인 올해 9월의 1조 4014억원 보다도 6% 이상 크게 늘었다. 갈수록 이런 추세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더욱 걱정스럽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그야말로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기 직전에 행하는 거의 마지막 보루다. 소액이나마 카드론을 받았다가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가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재대출받음으로써 빚을 더 불리는 것이기에 연체율은 더 높아지고 금리는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더더욱 대출자의 신용점수가 크게 떨어져 사실상 정상 시장에서 정상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순으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리스크 투성이인 카드 대환대출에 몰릴 수 밖을 정도로 지금 우리 서민들의 자금서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은행이나 보험 등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중·저신용자들이 급전이 가능한 카드론 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대출 상환은 불가능하고 상환 능력 취약 차주만 양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10월 현재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각각 38조 7405억원, 7조5천832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소폭 증가에 그쳤다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하지만 돈을 빌릴 수 없어 대출 잔액이 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서민 대출 시장이 목에 차 더 이상 급전조차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정확한 우리 서민금융의 현살이다. 수치가 덜 높아졌다고 한가로이 마음놓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 속에서 자칫 연체 대출자들이 지하 경제에 발을 담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현재 7개 국내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을 포함한 평균 연체율이 1.67%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60%포인트 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 역시 가벼운 수치가 아니다. 목에 찬 대출 시장에서 더 이상 대출이 어려워 연체율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슬픈 현실을 정책 당국이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책당국이 할 일은 현재 말로만 무성한 금융권의 상생금융의 진도를 빨리 채찍질하고 현실화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각 금융권 대표들을 만나 속도를 내 줄 것을 요청하고는 있지만 너무 속도가 더디다. 금융권도 고객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고 그들의 정상적인 삶을 도와 지속가능한 고객화하는 긴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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