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코로나 다시 증가세… 백신 확보 및 개발 인프라 구축 등 종합 대책 철저 기해야

조진래 기자 2023-11-30 16:14:20

한 달 가까이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신규 양성자 수가 겨울 추위와 함께 다시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0세 이상의 비중이 꾸준히 30%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는다.방역 당국이 긴급히 백신 수입을 추진 중이라지만 이 참에 전반적인 겨울철 방역 대책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7개 양성자 감시 의료기관을 통해 신고된 이달 네 번째 주(11월 19일∼25일)의 신규 표본 감시 양성자 수가 전주 대비 13%(793명) 늘어 6958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양성자가 2188명으로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60세 이상의 양성자 비중은 10월 이후 좀처럼 30%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신규 양성자가 49.9%나 나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경남권(14.9%)과 충청권(13.1%), 호남권(11.6%), 경북권(10.6%) 등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특히 경남권에서 전주 보다 신규 양성자 수가 27%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가 깊다.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XBB.1.5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약 50만 회분의 노바백스 유전자 재조합 합성항원 백신을 긴급 도입해 다음 달 18일부터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앞서 노바백스 XBB.1.5 대응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해 주어, 아직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백신이지만 급히 공수해 오기로 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백신은 지난달 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고 한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얼마 전 사용 허가를 내어 준 바 있어 안전성 면에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65세 이상 고위험군은 물론 만 12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특히 mRNA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렇게 도입되는 백신의 ‘가격’이다.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국산 백신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산 백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사실상의 독점권 탓에 백신 가격은 줄곳 오름세다. 코로나 백신이 아직 무료인 곳도 있지만 일반 접종용 백신의 공급가격이 최근 들어 10~20% 씩 인상되고 있다.

‘특허’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가격 결정권을 전혀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짧게는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져야 하고, 길게 보면 국산 백신 개발의 인프라가 구축될 환경을 만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보건당국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허 강제사용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은 늘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장 눈 앞의 방역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백신 생태계를 이대로 방치하다시피 해서는 안된다. 지원 인프라 구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밤낮으로 개발에 몰두해도 해외 장벽을 그대로 두고서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코로나 초기에 효능을 못 믿겠다며 백신 도입을 미루다 코로나 창궐 후에야 뒤늦게 통사정 끝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백신을 들여왔던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가 급할수록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민관 협력 하에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보다 세밀한 어프로치를 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코로나는 올 겨울만 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