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국민들이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을 32%라고 생각하는 나라

조진래 기자 2023-12-03 15:48:17

대다수 국민들이 자신이 고독사 할 확률이 32.3%라고 생각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독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는 충격 그 자체다. 국내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이 ‘고독사의 가능성이 0%에서 100%까지 있다고 할 때, 자신의 고독사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여기느냐’를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고독사 가능성이 ‘20% 미만’이라고 한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지만 40∼60% 미만이 22.3%, 20∼40% 미만이 20.1%에 이를 정도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10명 중 1은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응답한 셈이다. 어느 새 우리 국민들 삶에 ‘고독사’가 막연하나마 자신의 우울한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고독사는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항목에 무려 84.3%가 동의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남성(30.2) 보다는 여성(34.3%)이 고독사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도 심상치 않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을 39.5%로 가장 높게 보았고 40대(33.16%)와 50대(32.01%), 60대 이상(29.84%)이 뒤를 이었다. 그나마 19∼29세가 29.58%로 가징 낮았던 것이 위안이 될 정도다.

역시나 경제적 상황이 고독사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주거 형태나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을수록, 그리고 혼자 살수록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사는 국민이 43.27%로 자신의 고독사 가능성을 점쳤고, 1인 가구 생활자도 45.05%로 조사됐다. 

결국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낮을수록 스스로 고독사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거나 이혼, 사별한 응답자가 예상대로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을 45.17%로 높이 전망했다. 연인이 없는 미혼자가 42.80%로, 연인이 있는 미혼자(33.83%)나 기혼자(25.94%)보다 자신의 고독사 가능성을 크게 보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고독사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범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오랜 경기 부진에 소득 감소, 분절된 사회 관계, 여기에 갈수록 확대되는 1인 가구의 돌봄 없는 가구 환경 속에서 어쩌면 우울증 같은 시회적 질병이 고독사의 가능성을 알게 모르게 배양하고 있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미경식 관찰과 보호일 수 밖에 없다. 보호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사회를 가능한 ‘밝게’ 만드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 역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을 둘로 편가르게 하고 함께 사는 삶을 가로막아 버리는 구태 정치는 벗어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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