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닛케이신문은 매년 세계가 놀랄 만한 100개 기술을 선정하고 비즈니스 리더 8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대치 순서로 순위를 정해 게재한다. 그 가운데 2030년까지 가장 기대가 되는 기술로 ‘완전 자율주행’이 꼽혔다. 2위는 산업 메타버스, 3위는 간호 로봇이었다.
이들 톱 3 기술의 공통점은 ‘인간을 돕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들 100대 기술 중에서 2024년에 고령자들에게 특히 희소식이 될 만한 현실 기술 혹은 곧 범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들을 따로 뽑아 소개한다.
◇ 인공지능(AI) 활용 기술 * 인공지능 우울증 진단 지원 = 뇌의 한 영역과 다른 영역의 기능적 연결과 그 강도를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우울증 진단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 진단을 지원하는 알고리즘도 프로그램 의료기기로 올해 3월에 승인 신청되었다. 유효성을 확인한 결과, 민감도와 특이도 및 정확도가 모두 70% 안팎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히로시마대학 정신신경과,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진단치료기기 개발업체 XNef 역시 올해 초에 높은 진단 보조기능과 범용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보행분석 소프트웨어 =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으로 보행 동영상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골격의 움직임을 파악해 보행 속도와 리듬, 보행 시 흔들림과 좌우 차이 등 4개 항목의 점수를 매겨 개선점을 제시해 준다. 악력과 전굴(몸을 앞으로 숙이는 동작) 능력, 보행속도 측정을 거쳐 권장 운동 방법을 포함한 분석 결과를 2분 내외로 제시해 준다. 보행기와 지팡이를 사용할 때와 아닐 때의 보행 기능을 비교해 줌으로써 ‘지팡이는 늙어 보인다’는 노인들을 설득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입소자의 70%가 보행상태 개선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 15개 참여 사업장의 73%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운동의욕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 의료·건강·식농 * 노화세포 제거 요법 = 노화된 세포를 제거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요법이다. 노화세포의 아포토시스(세포자살)를 막는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활용한다. 노령 실험 쥐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동맥경화, 신장 장애 등 노년기 질환의 발병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유니티 바이오테크는 올해 4월에 저분자 약물 ‘UBX1325’가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에서 유리체 내 1회 주입으로 약 1년간의 시력 개선 효과를 보여 현재 임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도 노화세포에 강하게 발현하는 글루타민 대사효소를 억제하면 노화세포만 제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비강 투여형 제재 = 코를 통해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는 제재다. 2020년 출시된 저혈당 응급치료제 ‘바크시미’ 비강분말제가 올해 3월 승인된 데 이어 경구용 독감백신 ‘플루미스트’ 비강 용액도 연내 출시 예정이다. 하마마츠 의과대학과 테이진파마가 공동 개량한 ‘옥시토신’ 비강 스프레이는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 자폐 스펙트럼증 치료제로도 기대를 모은다. 제약 스타트업 아큐리스파마는 간질환첩증 또는 경련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항경련제 ‘디아제팜’ 비강 투여 스프레이 제재의 3상 임상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고 한다. 신일본과학도 코로 흡입하는 편두통약을 FDA에서 올해 5월에 승인을 받았다.
* 식물성 플라스틱 바늘 이용한 백신 투여 = 의료기기 벤처기업 라이트닉스는 식물성 플라스틱 ‘PLA’로 만든 주사바늘을 사용한 백신 투여 장치를 개발 중이다. 스탬프처럼 수직으로 누르기만 하면 표피와 진피 사이에 주사하는 ‘피내 투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백신의 효과가 높고 백신량이 약 5분의 1로 줄어들어 기대가 크다. 생분해가 가능한 이 바늘은 연내 의료기기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라이트닉스는 사람에게 통증을 주지 않고 피를 빨아들이는 모기 바늘의 메커니즘에서 힌트를 얻어 이 기술을 확립했다고 한다. 몸 속으로 들어간 바늘은 체내에서 녹아 없어진다.
* 초미세 일회용 관절 내시경 = 외경 1.25mm로 주사바늘에 가까운 초미세 관절경이 2024년 실용화를 목표로 완성 단계에 있다. 실용화되면 세계에서 가장 얇은 경성 내시경이 된다. 관절 내부 관찰 때 환자 부담이 경감되고, 선단부가 플라스틱 광섬유로 만든 일회용 렌즈라 멸균소독이 불필요해진다. 렌즈 두께는 0.1~0.5mm로 일반의 2~4mm 보다 월등히 작으며, 관절 크기에 따라 구분해 사용된다. 국소마취나 무마취로도 검사가 가능해 입원이 필요없게 된다. 무릎 관절 뿐만아니라 족관절, 팔꿈치 관절, 손목 관절 등 더 작은 관절의 검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혈관이나 척수 등의 검사에도 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 수술 지원 로봇 원격조작 = 멀리 떨어진 지도의사가 현지 수술 지원로봇을 조작해 현지 수술자와 공동 수술하게 된다. 아직은 완전 원격수술은 안정성 확보와 법적 측면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의사의 이동 부담도 줄고 숙련의가 원격에서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어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200~300km 거리에서 부분적 원격수술이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훨씬 더 먼 거리에서 가능할 지가 관건이다. 통신 지연이나 흔들림 등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현지에 숙련된 지도의사가 없는 상황에 대응할 필요도 있다. 전환이 불가능할 경우 현지에서의 일반수술로 전환하는 판단이 요구된다.
* 간호 로봇 = 일본 후생노동성과 경제산업성은 로봇기술의 중점 분야로 이동 보조, 이동 지원, 배설 지원, 지켜보기·커뮤니케이션, 목욕 지원, 요양업무 지원의 6가지로 정했다. 이 가운데 이동 보조나 이동 지원 등 간병인의 부담이 큰 분야 지원이 가장 사급하다. ‘머슬’이 개발한 이동 보조 로봇 ‘사스케’가 주목을 끈다. 침대에 누워있는 피 요양자 아래에 시트를 깔고, 시트 양 끝에 팔을 끼운 후 일으켜 세워 시트 전체를 안아주듯이 휠체어에 옮겨 앉힌다. 탈구나 골절의 위험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로봇이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려하는 환자들이 있어 해결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 라이프·워크 스타일 * 스트레스 해소 앱 = 개인의 기분전환을 스마트 폰으로 지원하는 앱이다. ‘미 풀니스’는 이용자의 얼굴 영상 촬영으로 피로도를 판단해 스마트 폰 진동과 비주얼, 음악이 세트로 된 최적의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피부 상태 등으로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추정하고, 피부색 변화에서 심박수와 심박 페이스도 읽을 수 있다. 양 손으로 스마트 폰을 쥐고 촉각, 시각, 청각에 작용하는 콘텐츠를 체험하며 긴장을 풀다보면 어느 새 잠이 든다. 체험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해 보니, 비 체험 그룹보다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산후 케어 앱 등에도 채택되고 있다.
* 갱년기 도움 정보 = 미국 SRI인터내셔널과 스타트업 ‘리사헬스’는 신체에 부착하는 센서와 스마트 폰 등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갱년기 등에 관한 지식과 대책을 제공한다. 갱년기 대표 증상인 야간 열감이 수면장애를 일으킨다는 판단 아래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마루이그룹은 올 2월부터 온라인 건강 상담 또는 온라인 진료를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이이치생명홀딩스는 여성 특유의 고민을 전문가가 상담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남성 호르몬을 타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키트와 자사만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 시제품을 남성 직원에게 체험케 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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