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기’ 만큼이나 ‘건강하게 잘 살기’가 중요한 때다.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프로잭트'의 일환으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라는 신간을 함께 펴냈다.
노화 과정을 탐구하고 지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노화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말자”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우 에이징’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하자고 촉구한다. 이들이 노화의 9가지 원인-신호전달 오류, 유전자 불안정, 텔로미어 길이 감소, 후천적 유전자 변형, 단백질 안정성 감소, 불규칙한 영양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세포 노화, 줄기세포 고갈-을 추적하고 이에 맞춰 제시하는 ‘천천히 늙어가는 법’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암 발병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 우리 국민들은 2020년 기준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6.9%라고 한다.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65세 이상의 암 발생률은 10만 명 당 1484명 꼴이다. 65세 이하에서는 남자는 위암, 여자는 유방암에 많이 걸린다. 65세 이상에서는 남자는 폐암과 전립선암, 여자는 대장암과 폐암 순이다.
국내 암 사망원인 1위는 의외로 ‘폐암’이다. 노화와 환경적 요인이 큰 탓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가 노화되면 아무래도 정상으로의 회복능력이 떨어지는데다 대기오염이나 환경호르몬 등에 의해 쉽게 암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숨을 쉬는 것 자체가 폐암에 노출되는 것과 다름 아니라는 얘기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며 “그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물질이 담배”라고 말한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폐암 발병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폐암이 많은 이유는 우리 주변에 각종 발암물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대표적이다. 각종 중금속과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한 미세먼지가 폐 속 깊이 도달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배기 가스나 라돈, 환경 호르몬 등 다양한 발암물질들이 ‘암 천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창민 교수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적절한 체중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우리 몸이 노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암을 빨리 찾아 내려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 활동 실천으로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공언한다. 그렇게 ‘3-2-1’을 상징하는 3월 21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암 조기 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검사를 받으면 암이 예방될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조기 검진 프로그램은 ‘예산’이라는 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은 5년에 한 번 검사할 것을 권하지만, 국가검진에서는 분변잠혈검사에서 대변에 피가 섞여 나와야 검사할 수 있다. 한정된 예산 탓에 그나마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사망률이 높다는 폐암도 마찬가지다. 폐암은 4기가 되어도 절반 정도가 증상이 없어 다른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폐암 검진 프로그램은 특히 ‘고위험군’만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평균 하루 담배 한 갑씩 30년 이상을 핀 55세 이상이어야 대상이 된다. 사실상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지원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비 흡연자의 폐암도 건강검진에서 전선량 흉부CT 촬영으로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담배와 관련성이 낮은 ‘선암’은 다행히 속도가 빠르지 않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대장암이나 전립선암도 마찬가지라며, 아직 국가검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나 조기검진 검사법들이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이를 악용해 혈액을 통해 암을 진단할 수 있다거나 고가의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암은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 암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림프종과 같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한 암도 있지만, 대부분의 암은 수술이 기본이다. 최 교수는 “최근에는 4기로 진단됐다고 해도 과거처럼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의학이 발달해 맞춤 치료나 면역 항암제로 오랜 동안 암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에 걸리고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며 잘 지내는 환자들이 눈에 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암은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암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암은 언제든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니, 조기 진단을 위해 적절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 암 예방 수칙 - 담배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 채소·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 음식을 짜게 먹지 말고 탄 음식 먹지 않기 - 암 예방 위해 하루 한 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 -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땀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받기 - 성 매개 감염병 안 걸리게 안전한 성 생활 하기 -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직업장 안전·보건 수칙 지키기 - 암 조기 진단 지침에 따라 검진 빠짐 없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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