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끝없는 추락에 졸라 맬 허리띠조차 부족해진 서민들

조진래 기자 2023-12-13 08:45:29

불황이 점점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의 절반 가량이 내년 경기 역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소득 정체와 고물가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하고 내년에 소비지출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끝 없는 경기 추락에 이제 졸라 맬 허리띠 조차 없어질 지경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30일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2.3%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소비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56.2%보다는 다소 낮아졌다는 것이 위로가 될 정도다.

내년 소비지출 계획에서도 여지없이 부익부 빈익빈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내년에 소비지출을 늘리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한 응답은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에서 35.5%로 가장 낮았다. 2분위도 42.6%를 기록했다. 반면에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소득 5분위에서는 60.9%로, 지난해 조사 때 보다 13%포인트 가량 크게 높아졌다. 

서민들이 소비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살인적인 고물가 때문이다. 여기에 오랜 경기부진으로 인한 실직 우려, 소득의 감소 등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당연히 여행이나 외식은 서민들로선 꿈도 꾸지 못할 현실이 되어 버렸다. 여가 및 문화생활은 물론 의류·신발 구매까지 줄여야 할 상황이라는 응답이 우리 서민들의 현실을 말해 준다.

그러니 당연히 부업 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부족한 소비 여력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42% 가량이 부업 및 아르바이트를 희망했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를 찾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여기에 예·적금 등 해지나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 등이 더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니 서민들의 삶은 내년에도 고통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내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서민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10명 중 9명 가량이 잘 해야 올해와 비슷할 것이고,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았다.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응답은 10%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정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기업 투자가 다시 일어나고, 정부는 기업이 다시 뛰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갖가지 규제도 서들러 혁파하고 기업 투자-경기회복-일자리 증대-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재현되도록 모든 지원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당장 최우선 과제인 물가 안정 역시 경기가 살아나야 가능한 일이다. 경기가 다시 회복되어야 환율도 안정되고 금리도 내려간다. 그래야 서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막대한 빚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잡지 못하면 아무리 소득이 올라도 소비 여력을 높일 수 없다. 

이런 마당에 서로 협력 민생 경제를 일으켜 세울 법안과 정책을 만들어야 할 정치권과 정부는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도 제 때 처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풀 수 있게 해 주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 맬 것을 강요하고 서민들의 목을 누르는 형국이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만들어 낼 골든 타임은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다. 시간이 많지 않다. 헛발질을 할 여유는 더더욱 없다.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서민들의 삶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악화될 수 있음을 거듭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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