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장기다. 뇌가 노화되면 인지기능 손실을 초래한다. 기억력과 사고능력, 의사소통 등 여러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운동장애를 동반해 환자 뿐만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등의 생활습관은 뇌 노화를 늦추고 신체에 비해 젊은 뇌 나이를 유지케 해 준다.
◇ 뇌 노화의 특징, 뇌가 늙으면 생기는 현상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학교실 부교수는 뇌 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 뇌는 노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뇌의 지나친 에너지 소비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뇌손상과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둘째, 뇌는 기억력과 주의력, 의사결정 같은 복잡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조금만 손상되어도 뇌 기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셋째, 뇌 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마지막이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뇌가 늙으면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 정상적인 성인의 뇌 무게는 1.4~1.6㎏에 부피는 대략 1350cc 정도다. 이 안에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하지만 40세를 넘기면서 뇌의 부피와 무게가 점점 줄어든다. 이후 10년 동안 약 15% 정도가 감소한다고 한다. 70세를 넘으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CT나 MRI 같은 뇌 영상으로 확인해 보면, 뇌의 주름이 넓어지고 뇌실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뇌가 늙으면 아밀로이드나 시누클레인, 타우 단백질 같은 독성 노폐물이 쌓인다. 뇌 세포는 ‘라이소좀’이라는 세포 소기관을 활용해 노폐물을 처리하는데, 나이가 들면 뇌 세포의 라이소좀 기능이 점차 감소할 수 있다. 뇌 세포는 특히 다른 세포들처럼 세포분열 등을 사용해 노폐물을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노폐물 침착에 더욱 취약하다. 이렇게 뇌 안에서 처리되지 못한 독설 노폐물은 세포 밖으로 방출됨으로써 뇌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한다.
뇌혈관 변화도 뇌 노화의 결과다. 뇌에 혈액과 산소를 올바르게 공급하려면 뇌 혈관이 건강해야 하는데, 뇌혈관에도 염증으로 인해 혈관이 두꺼워지는 죽상경화증, 즉 동맥경화가 나타날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지고 뇌로 향하는 혈류가 감소하게 되고, 자칫 찢어진 혈관 벽에서 ‘혈전’이 나타나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죽상경화증은 노화와 고혈압, 당뇨병 외에도 복부비만, 중성지방 증가, 고밀도지단백질 감소 등을 부를 수 있다.
뇌의 관통동맥이 막히면 뇌 경색이 발생하고, 혈관 벽이 약해 파열하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지방유지질증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노화와 고혈압이 있다. 나이가 들면 뇌의 혈관-뇌장벽 기능도 점차 약화될 수 있다. 노화로 이 부분이 약화되면 독성 물질이 뇌로 침입해 뇌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고 악화시킬 수 있다.
◇ 나이 들면 잘 생기는 뇌질환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은 뇌졸중과 치매다. 뇌졸중은 뇌혈관 문제로 나타난다.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훨씬 흔하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응급치료를 포함해 급성기 치료가 필수다. 뇌신경 세포가 죽기 전에 빨리 막힌 뇌혈관을 다시 뚫어주어야 한다. 이 조치가 너무 늦으면 약해진 뇌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골든 아워’는 뇌경색 발생 시점으로부터 4시간 30분까지”라고 말한다.
응급실로 가야 하는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은 얼굴 마비,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 그리고 갑작스런 시야 장애다. 이밖에도 일상이 힘들 정도로 심한 두통이 나타날 경우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약물 치료와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 혈전 방지 약물을 복용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혈관 위험인자를 잘 관리해야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치매는 일상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의 퇴화로 기억력과 다른 인지능력이 서서히 감소하는 만성 뇌질환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장애로 발생하는 치매를 말하는데, 큰 혈관이 막히면 심각한 인지장애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 치매는 손의 떨림과 함게 행동이 늦어지는 증상이 특징이다.
치매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는 혈압과 당뇨, 흡연 등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로는 인지기능 활성제와 항 우울제, 향정신성 약물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와 함께 치매 관련 교육, 일상생활 도움환경 조성 등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뇌 노화를 악화시키는 원인들 만성 스트레스는 뇌 노화의 최대 적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의 증가를 유발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 오래 앉아있는 생활습관도 뇌 노화를 촉진시킨다. 기억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부피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데다 운동 부족으로 만성질환을 유발해 뇌에 더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불량한 식습관도 문제다. 가공식품이나 포화지방, 고당도 식습관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만성적인 수면부족도 뇌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수면 중에 우리 뇌는 독소를 제거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 독소도 있다. 공기 오염이나 미세 먼지, 농약, 중금속 같은 환경 독소에 노출되면 뇌 세포가 손상되어 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이은재 교수는 “뇌가 노화에 취약하기는 하지만 충분한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면서 평소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뇌 건강을 유지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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